[기고] 벤처 활성화, 공공 신용보증 역할 강화해야

민간 주도 벤처투자 가속화하며
공공 신용보증기관 지원도 늘려
지방 벤처 홀대 현상 등 완화해야

강영재 < 코이스라시드파트너스 매니징파트너 >
지난달 5일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에 따른 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보증·대출형 벤처기업 확인 조항을 폐지하고 민간 벤처확인기관 도입 및 벤처기업 확인 투자자 확대를 통해 민간 주도의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촉진하는 벤처기업 정책의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벤처기업 확인 투자자 자격을 액셀러레이터와 지분형 크라우드 펀드뿐만 아니라 기술지주회사 및 신기술창업전문회사 등 다양한 투자기관으로 확대했다. 벤처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 확대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다만 이번 법령 개정의 궁극적 목적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투자 활성화에 있다면 벤처기업 확인 투자자를 공공 신용보증기관으로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 공공 신용보증기관은 이미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 투자 시장의 기능이 미흡한 영역을 보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공공 신용보증기관은 벤처창업교실, 기술평가, 투자옵션부 보증 및 혁신아이콘 보증 등의 지원제도를 통해 다양한 성장단계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초기 프로토타입 제품·서비스가 시장에서 검증된 기업의 경우 제품 양산이나 추가적인 기능 개발 및 최적화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창업자 지분을 양도하는 투자 유치보다 공공 신용보증기관을 활용한 중장기 차입금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나아가 시장에서의 성과가 우수하고 기술성을 높이 평가받는 스타트업에는 지분 투자도 병행함으로써 신용보증기관은 소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극복하는 데 원군 역할을 한다.

다른 한편 전국 주요 시·도 단위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는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민간 주도의 투자는 여전히 수도권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벤처캐피탈협회 통계에 따르면 민간 벤처캐피털의 투자 기업 중 지방 소재 기업은 17%(2014~2019년)에 불과하다. 지방 벤처기업 비중이 약 40%인 점을 감안하면 민간 투자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고 할 수 있다.

공공 신용보증기관은 기업 기술력 및 미래 성장성 기반의 심사 경험과 지원조직 인프라를 갖추고, 이를 전국 단위의 영업망을 통해 활용하고 있다. 벤처·금융정책당국은 공공 신용보증기관에 투자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장기적 관점의 인내자본 공급을 늘리면서 전국 영업점을 통해 지방 소재 기업의 투자 유치 및 자금 조달 접근성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정책금융기관이 민간 투자 영역에 참여할 때 한 가지 조심스러운 점은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 주도의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정책을 저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현행 법령상 벤처 확인 투자자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직접투자 금액은 각각 연 1000억원 안팎이며 중소기업 투자 업무를 수행해온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은 연간 투자액을 합쳐도 1000억원에 못 미친다. 2019년 기준 약 4조3000억원인 한국 벤처 투자시장 규모를 생각할 때 공공부문에 의한 시장 왜곡 또는 구축 효과 문제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민간 주도의 투자 활성화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촉진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추진 노력은 높이 평가하고 환영한다. 이번 계기에 민간 투자를 보완하면서 기업의 성장 단계와 니즈에 맞는 자금 조달 수단을 제공하는 공공 신용보증기관에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더 크게 기여할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