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실업급여 9000억 '역대 최대'지만…현장 반영 안된 '빙산의 일각'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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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신규 신청 15만6000명정부가 실직자에게 지급하는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이 지난달 역대 최고치인 8982억원을 기록했다. 종전 기록이던 전월 7819억원을 한 달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실업급여 수급자 수도 사상 처음으로 60만명을 넘겼다. 하지만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한 통계라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실업대란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전년동월보다 3만1000명 늘어
고용보험 가입자만 집계 대상
영세사업장·특고 실직 반영안돼
'감원 대신 휴직'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효과도
1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전년동월 대비 2585억원 늘어났다.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6000명으로 같은 기간 3만1000명 늘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신규 신청자 증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과 올해 3월 업무일이 작년 3월보다 이틀 많았던 게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임 차관은 이어 "신규 신청 증가분 총 3만1000명 중 1만4000명은 업무일 증가 효과이고 나머지 1만7000명은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코로나19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은 지표로 일부 확인됐다. 지난해 매월 50만명 안팎의 증가세를 보였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25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카드대란이 있었던 2004년 5월(23만 7000명)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으로, 전년 동월(52만6000명)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서비스업 가입자 수 증가폭은 2월 39만1000명에서 27만3000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제조업은 3만1000명이 줄어 감소폭이 커졌다. 특히 30대에서 4만2000명이 줄고 29세 이하는 1만7000명이 줄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신규채용이 급감한 탓이다.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를 보면 업종별로 코로나19의 영향이 확연했다. 보건복지 분야에서 3만53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제조업(1만9100명) 건설업(1만5600명) 도소매업(1만4800명) 교육서비스업(1만4600명) 순이었다.
코로나19에 대한 국가 감염병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지난 2월말 이후 산업현장에서는 휴업·휴직은 물론 실업대란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3월 실직자, 즉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명대에 그쳤다. 통계만 놓고 보면 코로나 사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이번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50%에도 못미치는 고용보험 가입률이다. 이날 발표된 통계는 고용보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3월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76만명,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2799만명)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코로나 사태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 사업장에서 해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고용보험에 가입돼있지 않아 이번 통계에는 잡히지 않았다.
또 다른 이유는 정부가 고용보험 가입 사업장에 대해 강도 높은 고용유지 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휴업·휴직 사업장에 대해 인건비(휴업수당)의 최대 90%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경영난에도 감원 대신 휴업·휴직 조치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가 인건비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이 지원책에 힘입어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사업장은 지난 10일 기준 6만4800여곳, 해당 근로자는 46만7800여명에 이른다.
실제 일자리를 잃은 인원은 이미 수십만명에 달했을 수도 있다. 영세 사업장 뿐만 아니라 대리운전 기사, 보험 설계사 등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들은 조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가장 먼저 일터에서 밀려났지만 고용보험에 가입돼있지 않아 집계 대상이 아니다. 여기에 근로기준법 적용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근로자들도 있다.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이나 입사 3개월 미만의 근로자들은 해고 한달 전 서면 통지나 해고 예고수당 지급 없이 언제든 일터에서 밀려날 수 있다. 산업현장의 현실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이유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