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도 쇼크…4월 들어 19% 감소

열흘간 122억달러 그쳐
4월 들어 10일까지 한국의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가량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출이 급감하는 ‘수출 절벽’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청은 이달 1~10일 수출액이 122억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6%(28억달러) 감소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8.5일)가 지난해와 같아 하루평균 수출액 감소율도 18.6%로 동일했다.이달 들어 수출 감소폭이 커지면서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누적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저유가 타격을 입은 석유제품의 수출 감소율이 이달 들어 47.7%로 가장 컸다. 자동차 부품(-31.8%)과 무선통신기기(-23.1%), 승용차(-7.1%) 등이 뒤를 이었다.

수입은 146억달러로 1년 전보다 13%(21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약 24억달러 적자였다. 정보통신기기(8.5%) 가스(4.1%) 등의 수입은 늘었지만 원유(-18.0%) 반도체(-5.4%) 기계류(-11.9%) 석탄(-40.7%) 등의 수입은 줄었다. 미국(-22.4%) EU(-20.9%) 중동(-11.9%) 일본(-15.2%) 순으로 수입 감소폭이 컸다.
수출 '코로나 충격' 본격화…"3분기까지 암울"올 들어 살아나던 수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1위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꺾이고 석유제품 수출이 코로나발(發) 저유가 직격탄을 맞아 반토막 난 영향이 컸다. 국내외 공장의 조업 중단이 계속 늘고 있어 4월 전체 수출 감소폭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품목 수출 급감

한국 수출은 2018년 12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미·중 무역 분쟁 등의 영향으로 월별 전체 수출액과 하루평균 수출액 모두 1년 전보다 악화일로였다.하지만 지난 1월 하루평균 수출액이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데 이어 2월엔 월별 전체 수출액도 15개월 만에 마이너스 행진을 끝내 “올해는 수출이 회복세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졌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3월에도 수출이 급감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0.2% 감소로 1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코로나19 영향이 수출에는 제한적”이라거나 “한국 수출은 코로나19 무풍지대”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선방은 여기까지였다. 관세청이 13일 내놓은 4월 1~10일까지의 수출 통계를 보면 한국 수출에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전체 수출액과 하루평균 수출액 모두 18.6% 줄었다. 지난달까지 증가세를 보였던 연간 누적 수출액도 3.1% 감소로 돌아섰다.

반도체 수출이 1.5% 줄어든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와 원격교육이 늘어 메모리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코로나19발(發) 경기 침체를 피해가진 못했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액의 17%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수출품이다. 세 번째로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제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7% 급감했다. 수출액 10위 안에 드는 자동차부품(-31.8%, 4위)과 무선통신기기(-23.1%, 9위), 승용차(-7.1%, 2위)의 감소폭도 컸다.“계속되는 셧다운으로 4월 수출 급감”

수출 감소폭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달 들어서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국내 주요 공장들이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하고 있어서다.

기아자동차는 오는 23~29일 소하1공장과 소하2공장, 광주2공장을 멈춰 세운다. 현대자동차도 이날부터 17일까지 투싼을 생산하는 울산5공장 2라인의 조업을 중단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마비되면서 자동차를 팔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석유화학과 조선·철강 업체들도 제품 수요가 줄어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한국 기업의 해외 공장 셧다운이 늘고 있는 점도 악재다. 이들 기업은 국내에서 중간재나 부품을 생산해 해외 생산기지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 생산기지가 문을 닫으면 수출도 급감할 가능성이 커서다.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과 첸나이 가전 공장은 14일까지 문을 닫는다. LG전자도 멕시코에 운영 중인 TV 생산 공장 2곳의 가동을 중단한다.

이미 국내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많은 국가에 대한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이달 1~10일 중남미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2% 줄었다. 같은 기간 베트남 수출액은 25.1% 감소했다. 중남미와 베트남 등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등의 생산 기지가 몰려 있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3월 하순부터 유럽과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한국의 수출 급감 현상이 4월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추세가 3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