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수급자 60만명…"이마저 빙산의 일각"
입력
수정
지면A1
코로나發 고용충격 본격화“자동차 정비 일을 하다가 실직했는데 부양가족이 세 명입니다. 헬스클럽에서 일하던 아들도 해고를 통보받았어요. 살길이 막막합니다.”
3월 실업급여 9000억 '최대'
신규 신청자만 15만6000명
100명당 일자리 38개뿐
취업준비생도 극심한 고통
13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센터에서 만난 50대 신모씨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계를 이끌던 부자가 모두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20대부터 중장년까지 실업대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이 역대 최대인 8982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실업급여 수급자도 사상 처음으로 6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이 지표로 확인됐다.
당월 실직자 수를 알 수 있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만1000명 늘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3만6000명) 후 최대 증가폭이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1376만 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25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연령대별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보면 30대에서 4만2000명 줄고 29세 이하는 1만7000명 줄었다. 신규 채용이 급감한 탓으로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동시장에 진입도 못 한 청년들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정부의 구인구직 전산망인 워크넷 통계에 따르면 구인배율은 2018년 3월 0.60에서 지난달 0.38로 떨어졌다. 100명이 구직에 나섰는데 일자리는 38개밖에 없다는 의미다.
고용부는 실직자가 급증한 것에 대해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 10월 실업급여 지급액과 지급기간을 늘려 사회안전망이 강화된 데다 올해 3월 업무일이 작년 3월보다 이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업종·연령대 구분없이 고용센터 연일 북새통
"실직한 것도 막막한데 재취업할 지가 더 걱정"
실업급여 신청 급증이 사회안전망 강화 덕분이라는 정부 설명과 달리 현실은 아우성 그 자체였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은 지난 8~13일 서울고용노동청과 서울 서부, 관악, 강서 고용센터 등을 돌아봤다. 전년 대비 25% 늘었다는 실직 통계와 달리 대부분 고용센터는 ‘북새통’이었다. 연령대도 20대부터 60대까지 여러 세대에 걸쳐 센터를 찾았으며 부부가 함께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례도 있었다. “작년 이맘때에 비해 50%는 늘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말이다.고용센터에서 만난 실직자들은 실직보다 재취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오피스 건물 경비원으로 일하다 그만뒀다는 50대 김모씨는 “실직한 것도 막막하지만 재취업이 가능이나 할지 더 큰 걱정”이라고 했다. 어린이집 교사였던 20대 여성은 “1년 정도 근무했는데 휴원이 계속돼 그만두게 됐다”며 “1년 또는 학기 단위로 일자리를 구하는데 새 직장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식당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 마포의 100석 이상 대형 음식점에서 일했다는 50대 김모씨는 “월급 한번 밀린 적 없는 좋은 직장이었는데 이번에 직원 30명이 한꺼번에 실업자가 됐다”고 했다.
병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기 안산의 한 치과에서 1년 넘게 일한 임모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자가 뚝 끊기면서 병원이 아예 폐업했는데 다른 치과도 사정이 마찬가지라고 들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보건복지업에서만 3만53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실업급여 신청 창구 외에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창구에서도 큰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경영난에도 감원 대신 유급휴업·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가 휴업수당의 90%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강사 50여 명을 두고 학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직원들 일자리라도 지켜주고 싶어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러 왔는데 이번이 여섯 번째 방문”이라며 “제때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올 때마다 서류를 보완하라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백승현/안대규/김보라/양길성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