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째 매일 대구 의료진에 단팥빵…조금이라도 세상 밝아지기를"

김경미 Grit918 베이커리 대표

매출 급감에도 휴업 대신 기부
7주째 매일 대구에 빵 300개
독거노인 위한 빵 선행도 여전
"세상 밝아지는데 도움됐으면"
“함께 사는 세상이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에요.”

대구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던 지난달 1일. 서울 서초동에서 빵집 ‘Grit918’을 운영하는 김경미 대표(48·사진)는 대구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과 공무원에게 단팥빵을 보내기 시작했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을 위해 무료로 매일 300개씩 하루도 빠짐없이. 벌써 7주째다.김 대표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울면서까지 브리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되물었다”며 “대구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아주 작은 점 하나라도 되기 위해 빵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까지 늘어나는 빵 기부는 김 대표에게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매출이 70%까지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직원을 줄이고 휴업을 해야 하는 게 맞았다”고 기부를 고민하던 당시를 회고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짙어지던 2월 말. 고민 끝에 그는 직원들에게 말했다. “감원·감봉은 없다. 대신 매출이 떨어진다고 느슨해지지 말고 우리의 열정과 끈기를 대구 시민에게 보여주자.”김 대표와 직원들은 매일 오전 6시부터 가게의 대표 메뉴인 단팥빵을 굽기 시작했다. 대구로 빵을 보내려면 늦어도 오전 7시40분까지는 반포동 고속터미널로 빵을 들고 가야 했다. 김 대표는 “대구 빵 기부는 그동안 우리 가게 업무 0순위였다”고 했다.
서울 서초동의 Grit918 베이커리 직원들이 대구 시민을 응원하는 문구를 들고 있다. 직원이 들고 있는 단팥빵은 Grit918의 대표 메뉴로 매일 대구의료원과 대구동산병원, 대구시청에 각각 100개씩 배송된다. Grit918 제공
김 대표의 열정적이고 희생적인 태도는 빵집 이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Grit은 성장(growth)·회복력(resilience)·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끈기(tenacity)의 약자다. 성공의 조건으로 열정과 끈기를 말할 때 흔히 쓰는 단어로, 미국 심리학자 앤젤라 더크워스가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918은 9란 숫자에 1을 더해 10을 채우는 삶보다는 8이 되더라도 9에서 1만큼은 배려하고 나누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빵집 외에도 카페와 일반음식점 등 다양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소위 ‘잘나가는’ 사장님이다. 서울에만 6개, 충북 제천엔 5개의 자영업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1998년엔 국내 최초로 테이크아웃 커피 브랜드 ‘카페컴온’을 차려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그는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늘 잊지 않았다. 대구에 단팥빵을 기부한 것 말고도 그는 2년 전부터 홀몸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서울 종로 원각사에 매달 350인분의 빵을 기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제 노력이 조금이나마 세상이 밝아지는 데 역할을 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