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DLF 갈등에 라임 사태까지…취임 2년 흔들리는 윤석헌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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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한은 출신 약진에 파벌 형성 비판"은행은 과거 '비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소나기가 쏟아질 때 튼튼한 우산, 피할 곳을 제공해 주는 든든한 은행이 돼 달라." - 2020년 3월.
무리한 정책 결정에 금감원 위상 추락 우려도
"은행을 겨냥한 금감원장의 '비올 때 우산 뺏기' 자제 요청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은행들은 우산에 여유가 많지 않다." -2015년 8월.최근 금융업계에서 회자됐던 글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은행장 간담회에서 했던 발언을 2015년 당시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였던 자신이 신문 칼럼(국민일보-'비 올 때 우산 뺏는' 이유)을 통해 반박했다는 것이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2018년 5월8일 취임한 윤 원장은 다음 달 취임 2주년을 맞는다. 비관료 출신인 윤 원장은 대표적인 진보성향 금융학자로 꼽힌다. 오랜 기간 금감원의 독립적 운용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취임 이후 금융감독 강화에 집중했다.
윤 원장에 대한 금감원 내부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 등에서 근무했지만 경력의 대부분이 학계에 국한된 만큼 실무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일부 직원들은 무리한 정책 결정이 반복되면서 금감원 위상을 떨어뜨렸다고 보고 있다.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 조정안이 대표적이다. 키코는 기업이 수출로 번 돈의 가치를 환율 변동에서 막기 위해 고안된 파생상품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만기 때 미리 정한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반대 경우에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2008년 금융 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 상품에 가입한 일부 기업들은 손실을 봤다.
이 기업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2013년 대법원이 은행 손을 들어주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10년)가 끝나면서 은행들의 배상 책임도 사라졌다.
그러나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지난해 12월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있다며 은행들이 키코 피해 기업 4곳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은행들이 조정안을 거부할 경우 강제성이 없어 체면만 구길 수 있어서다. 실제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이 조정안 수용을 사실상 거부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조차 수용안을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윤 원장의 무리한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최고경영자 중징계 역시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지난 1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DLF 불완전 판매 책임을 물어 3년간 금융권에 재취업할 수 없는 '문책 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도 내부통제 부실을 경영진에 대한 제재 근거로 인정할 수 있느냐를 놓고 이견이 있었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중징계 결정을 고집했고,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징계 효력은 정지된 상태다.최근에는 청와대에 파견 갔던 금감원 김모 팀장이 라임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윤 원장의 무리한 인사에 대한 비판이 고조됐다. 서울대 상경대(경제·경영학과)와 한은 출신인 윤 원장이 금감원 주요 부서에 자신의 후배들을 적극 배치시켰고 이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 윤 원장은 지난 1월 부국장·팀장 29명을 국실장(급)으로 신규 승진 발령했는데 기획·경영 부원장보(임원), 기획조정국, 감찰국, 총무국, 인적자원개발실, 비서실, 감사실, 제재심의실 등 8곳 가운데 6곳에 한국은행 출신을 앉혔다.
특히 핵심으로 꼽히는 기획·경영 부원장보, 기획조정국, 감찰국에 서울대 상경대를 졸업한 한은 출신을 기용하면서 파벌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금감원 직원들은 최근까지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실명을 거론하며 해당 인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한 금감원 관계자는 "윤 원장 체제 이후 서울대 상경대 졸업, 한은 출신이 약진하면서 파벌 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여기에 키코 배상, DLF 징계, 라임사태 연루 등 악재가 더해지면서 내부 반발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진우/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