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결과 보면 대선이 보인다…내일 희비 갈리는 잠룡들

이낙연·황교안 '종로 미니대선' 승패 따라 대권행보 갈림길
김부겸 '통합 리더십'-오세훈 '개혁보수 리더십' 영향
총선 출마 안 한 임종석·유승민 행보도 주목…안철수, 비례확보 관건

4·15 총선이 14일로 하루를 남겨놓고 있다.총선 결과에 따라 여야 잠룡들의 정치적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총선 이후 2022년 대권 경쟁의 불씨가 지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승리를 거머쥔 잠룡은 대권 행보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패배의 고배를 마신 차기주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두 잠룡은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맞붙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다.
이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지도자 선호도 1·2위를 다퉈온 만큼 이번 종로선거는 '미니 대선'을 방불케 한다.

일단 여론조사 공표금지일 직전까지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와 각 당의 판세 분석에 따르면 이 후보가 황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여세를 몰아 총선 당일 승리를 거머쥔다면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대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고향 전남에서만 4선을 하고 전남지사를 지낸 데서 비롯된 '지역적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물론 패배할 경우 대선 행보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당장 여권 내 다른 잠룡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

반대로 황 후보가 이 후보를 꺾는다면 보수 진영의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우뚝 서게 된다.미래통합당의 '험지'인 종로에 출마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열세를 극복하고 여권의 가장 강력한 잠룡 중 하나를 꺾는 '역전 드라마'를 쓰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꼬리표처럼 달라붙었던 '리더십 위기론'과 '정치신인', '원외 대표'의 한계도 넘어서게 된다.

그러나 패할 경우 통합당의 전체 총선 승패 성적에 따라 당 대표직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민주당 험지인 대구·경북(TK) 지역의 공동선대위원장이자 대구 수성갑에서 재선을 노리는 김부겸 후보도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적 무게감이 달라질 전망이다.

대구 수성갑 수성에 성공한다면 지역을 뛰어넘은 '통합형' 주자로 우뚝 설 전망이다.

김 후보는 총선 출정식에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지만 같은 지역구에서 맞붙은 통합당 주호영 후보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 지역구인 경기 김포갑을 떠나 경남 양산을에서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 김두관 후보는 승리할 경우 이장, 군수, 장관을 거쳐 경남지사에 오른 드라마 같은 정치 경로가 한층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선을 지낸 '민주당 텃밭' 서울 광진을에 도전장을 내민 통합당 오세훈 후보는 승리한다면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서울시장직을 내려놓은 뒤 9년 가까이 이어져 온 정치 공백을 단숨에 메울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는 중도·보수개혁 지분으로 보수진영 내 유력 대권주자로도 발돋움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이 광진을에서 '정치신인' 고민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총력을 쏟아부어 승부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세종을에 통합당 간판을 달고 도전장을 낸 김병준 옛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역임한 만큼, 그의 당선은 '진보·보수를 오간 리더'라는 수식어를 달 기회지만 지역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통합당 공천 탈락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한 홍준표(대구 수성을)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전 경남지사 역시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 행보를 달리 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 불출마했지만, 지원 유세로 존재감을 크게 보여준 잠룡들도 주목할 만하다.

민주당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대표적이다.

자신이 중점 지원한 후보들의 당선 여부에 따라 이들도 재평가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를 이끈 임 전 실장은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고민정(서울 광진을)·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윤영찬(경기 성남 중원) 후보 등의 선거운동을 발 벗고 지원하며 정치적 보폭을 넓혔다.

유 의원의 향후 행보는 이혜훈(서울 동대문을)·하태경(부산 해운대갑)·오신환(서울 관악을)·유의동(경기 평택을)·지상욱(서울 중구·성동을)·이준석(서울 노원병) 후보 등 '유승민계'와 수도권 후보들의 성적표에 달렸다.

비례대표 선거에만 후보를 낸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는 4년 전 국민의당의 '녹색돌풍'을 '오렌지돌풍'으로 바꿔 재연하길 기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대구 의료봉사로 쌓은 호감도, 거대 양당을 향한 날 선 비판이 득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각각 경기도와 서울시의 대응책을 연일 발표하며 여론의 주목을 받았고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도 껑충 뛰어올랐다.특히 이 지사의 경우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며 일부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이낙연 후보, 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함께 상위권에 진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