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병행해야" vs "방역에 더 집중을"…전 세계 학자들 논쟁

"코로나 사망률 0.125%뿐
지나친 방역은 과잉반응"
vs
"싱가포르서 코로나 재확산
방역에 힘 쏟는게 더 경제적"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전 세계에서 찬반 논쟁이 붙고 있다. 코로나19의 치명성이 과장됐다며 코로나19 대처와 경제 활성화 병행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19 확산이 이달 말까지 잦아들더라도 2, 3차 확산이 올 수 있다며 방역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료 데이터 전문가인 존 론니디스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최근 미국 의료 전문지 기고문에서 “코로나19 사망률이 0.125% 정도에 불과하다”며 “경제에 파괴적 손실을 안기고 있는 방역정책은 과잉 반응”이라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코로나19의 사망률이 3.4%라고 밝혔다. 진단 시약 부족으로 코로나19 감염 조사가 어렵다 보니 확진자 수가 과소 평가돼 사망률이 지나치게 높아 보인다는 것이 론니디스 교수의 주장이다. 일본 다이아몬드크루즈 유람선에서는 사망률이 1%였다. 탑승자 중 노인 비율이 많았던 점을 미국 인구에 맞게 보정하면 사망률은 0.125%까지 떨어져 독감 사망률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 이른다는 설명이다.5월로 접어들며 날씨가 더워지면 코로나19가 자연스럽게 힘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현지시간) “온도가 올라가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외피를 이루는 단백질이 녹으며 기능이 정지된다”며 “호주 멕시코 등 따뜻한 나라에서 확산이 적은 이유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미 확인된 전염력을 감안할 때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코로나19의 재확산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크리스토퍼 머리 워싱턴주립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장은 “너무 일찍 일상으로 돌아가면 감염자가 많은 지역의 감염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동안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지 않다가 14일 386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방역 모범국가로 꼽히던 싱가포르의 현재 상황은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경제 병행을 주장하는 쪽에서 전염병 감염에 따른 사회·경제적 피해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918년 스페인 독감 유행 당시 5세 이하였던 세대는 30~40년이 지난 뒤에도 학업성취도와 건강상태가 뒤떨어졌다”며 “전염병 확산에 따른 손실이 장기간 누적되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은 방역에 힘을 쏟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지적했다.더운 날씨에 코로나19가 사그라들 것이라는 주장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린지 마르 버지니아공대 환경공학 교수는 “선진국의 높은 실내 에어컨 사용률을 감안하면 계절과 상관없이 코로나19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