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비라도 줄이자"…항공사들이 인건비를 줄이는 3가지 방법
입력
수정
코로나19로 여객 수 10분의 1로국내 항공사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국제선 여객 수가 1년 전보다 90% 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세계 여객 수요는 살아날 기미가 없는데 항공기 대여료 등 수백억원에 달하는 고정비는 매달 빠져나가자 항공사들은 일제히 인력 감축에 나섰다. 항공사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택한 방법을 알아봤다.
정부 지원금 받으려면 고용 유지해야
매각 이슈 있으면 무급휴직 불가피
가장 많은 항공사들이 택하는 방식은 ‘유급휴직’. 직원들이 휴직신청을 하면 기존 급여 가운데 일부를 지급하면서 고용유지를 하는 것이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항공사들이 유급휴직을 시행할 수 있는 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덕분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고용유지 노력을 한 사업주에게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최근 정부는 항공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휴직·휴업 수당의 최대 90%(직원 300인 이상 대기업은 67%)까지 보전해주기로 했다.유급휴직은 직원들과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무급휴직은 신청하는 직원 수도 적고, 반발이 심해 길게 시행할 수가 없다”며 “유급휴직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직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어, 노사갈등 없이 길게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1인당 한달에 198만원이라는 한도가 있기 때문에 잔여분은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다만 정부 지원에는 조건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사업주가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원금을 받는 동안 유휴인력을 줄이기 위해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의 조치를 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유급휴직 대신 ‘무급휴직’을 택한 이유기도 하다. 두 항공사의 공통점은 매각 이슈가 있다는 것. 통상 인수자가 피인수자에게 재무 개선을 위한 자구책을 요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은 희망퇴직 실시가 불가피한 상태다. 실제 이스타항공은 이달 들어 노조와 300여명 구조조정안을 두고 협상 중이고,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휴업’에 들어간 회사도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16일부터 6개월간 국내에서 근무하는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휴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매달 전체 인원의 70% 이상이 돌아가면서 쉬는 방식이다. 이 기간 대한항공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통상임금의 70% 또는 평균임금 이상을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겉으로 보기엔 유급휴직과 비슷하지만 휴업은 직원들이 개인별로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는 특징이 있다. 휴직은 직원 개개인의 동의를 반영해 신청을 접수하지만, 휴업은 회사 전체가 영업을 중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절차가 없어도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휴업 실시는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결과”라며 “노조도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고통 분담 차원에서 휴업에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