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5] '조심조심 한표'…투표소 찾은 자가격리자들

일반인 투표 끝날 때까지 대기하고 별도 기표소 들어가 투표
제21대 총선 투표가 치러진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로 자가격리 중인 유권자들은 마감시간 직전 투표소를 방문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사전에 투표 의사를 밝힌 자가격리자들은 이날 오후 5시20분부터 외출이 허가됐다.

이들은 담당 공무원에게 투표소 출발 사실을 알린 뒤 마스크를 쓴 채로 도보 또는 자차로 인근 투표소까지 이동했다.

투표소에 도착한 자가격리 유권자들은 일반인 투표가 다 끝날 때까지 별도로 마련된 대기소에서 기다렸다가 별도로 마련된 기표소에 차례로 들어가 투표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는 이날 강당 등 실내 공간에서 투표를 진행했지만, 자가격리 상태에 있는 유권자들을 위해 운동장에 별도의 투표소를 설치했다.

오후 5시20분께 도착한 한 여성은 모자와 마스크까지 단단히 무장한 모습이었다.

방호복을 입고 보호 고글까지 착용한 투표소 관계자들이 여성 유권자를 안내한 뒤 신원을 확인했다. 손 소독과 발열 체크까지 마친 이 여성은 한동안 야외에 마련된 대기소에 있다가 오후 6시가 지나 투표했다.

투표소 관계자는 "기표소에서 한 분 한분 투표를 마칠 때마다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로구 내 가회동투표소 역시 건물 1층 주차장에 별도 기표소를 만들어 자가격리자들을 안내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전국 단위의 선거를 치르는 탓에 자가격리자들의 투표에는 국내외 관심이 쏠렸다.

이날 투표소에 온 한 외신 기자는 짙은 색 방진복을 입고 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 4일 캐나다에서 입국해 18일까지 자가격리 중인 해외 유학생 A(31)씨는 구청 공무원의 인솔에 따라 자택부터 학교 건물 바깥에 마련된 투표소까지 10분가량 걸어서 이동했다.

A씨는 투표 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투표를 못 할까 봐 상심했는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A씨를 비롯한 4명의 자가격리 유권자들은 오후 6시10분께 투표를 모두 마치고 각자 담당 공무원과 함께 귀가했다.

비슷한 시각 강남구 대치동의 한 투표소에도 유학생 자가격리자 여러 명이 방문했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가벼운 차림으로 투표소를 찾은 20대 자가격리자 B씨는 함께 투표소에 온 어머니, 여동생과 화단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대화했다.

B씨의 어머니는 "딸이 '조금 번거롭더라도 투표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며 투표소에 가겠다고 해 같이 왔다"며 "귀국 후 딸이 일주일 넘게 집에만 있었는데, 잠시나마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다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이날 투표를 마친 자가격리자들은 오후 7시까지 거주지로 복귀한 뒤 자가격리 앱이나 문자로 전담 공무원에게 도착 사실을 알려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