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열차' 올라탄 이낙연…대표직 하차한 황교안 '치명상'

이낙연, 공동선대위장 맡으며 전국구 존재감 보여줘
황교안, 막판 분전에도 선거 참패…책임지고 사퇴
안철수, 초라한 성적표에 입지 좁아져…재기 불투명
사진=연합뉴스
21대 총선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潛龍)들의 운명도 엇갈렸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서울 종로에서 승리하면서 대권행 급행열차에 올라탔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정치 생명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與, 대권 레이스 시작이 전 총리는 여권에서 가장 먼저 대권가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 1번지’인 종로에서 승리하며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한 이 전 총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구 정치인으로서 활약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여당의 대권 경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위상을 드러낸 가운데 이 전 총리도 이번 당선으로 중앙 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

이 전 총리에게는 기회가 바짝 다가왔다. 이 전 총리가 대선까지 순항하려면 당내 최대 세력인 친문(친문재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게 과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민주당 내 주류인 친문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이 전 총리로선 적군보다 아군과의 싸움이 더 힘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전 총리가 지원한 후보들이 최종 개표 결과 얼마나 당선될지도 변수다. ‘친이낙연계’가 당내에서 세력화할 수 있을지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부산·울산·경남(PK)을 살리기 위해 투입된 김두관 전 경남지사 역시 대권주자로서 증명됐다는 평가다. 김 전 지사는 지역구이던 경기 김포을을 뒤로하고 경남 양산을에 도전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PK 승리를 위한 요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가 민주당의 험지인 PK에서 생환하면서 다시 한번 대권 도전의 가능성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여권 대권주자 명단에 항상 이름을 올린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대구 수성갑에서 패배하면서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보수 대권주자 경쟁 안갯속

황교안
황교안 대표는 예상을 뛰어넘는 패배에 책임을 지고 이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종로 선거 결과 이 전 총리와 20%포인트 가까이 차이 나며 참패했다. 통합당도 완패하면서 대권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황 대표는 이날 “모든 책임을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이 부디 인내를 가지고 통합당에 시간을 주시길 바란다”며 “통합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이 살 나라와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나라를 위해서”라고 호소했다. 황 대표는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며 “일선에서 물러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저의 역할을 성찰하겠다”고 덧붙였다.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서울 광진을에서 패배하면서 보수 진영 대권주자 경쟁은 당분간 안갯속일 것이란 전망이다. 유승민 통합당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로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황 대표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50만원 지급’ 주장에 대해 “악성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의 공범이 될 수 없다”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오신환·이혜훈 의원 등 ‘유승민 사람’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원내 입성이 좌절된 것이 변수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향후 대권 도전이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통합당이 무소속 인사를 복당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인 데다 홍 전 대표의 강한 이미지가 보수 외연 확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安, 줄어든 존재감
안철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며 뚜렷한 한계를 나타냈다. 정치권에서의 입지는 예전만큼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0대 총선에서 38석을 확보한 국민의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도의 제3 세력으로 급부상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5석 미만의 초미니 정당으로 전락했다. 대안세력으로서의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비례 의석수는 16일 오후 5시 최종 확정된다. 국민의당이 최종 의석수에서 5석 미만에 그칠 경우 안 대표의 대권 도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향후 예상되는 보수 진영의 정계 개편 흐름에 안 대표가 참여해야 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제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자 및 결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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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고은이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