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선 압승에도 '낙동강 전선' 문턱은 높았다

경남 16석 가운데 민주당 3석 그쳐
통합당, 싹쓸이 실패했지만 텃밭 수성
경남 양산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당선인이 16일 오전 경남 양산시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경남의 낙동강 전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남 전체 16석 중 3석을 얻는 데 그쳤고, 미래통합당은 12석을 가져갔다. 나머지 1석은 통합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한 김태호 후보가 차지했다. 경남 여권이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은 이유로는 우선 진보 진영의 분열이 꼽힌다.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는 창원 성산은 투표용지 인쇄 전, 사전투표 실시 전 등 여러 차례 변곡점마다 진보진영 단일화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민주당, 정의당, 민중당 등 범진보 진영이 후보 단일화 논의를 했지만, 민주당 이흥석 후보와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서로 유리한 단일후보 조사 방안을 고집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진보진영 단일화 협상이 깨지면서 8년 만에 보수진영에 국회의원 배지를 헌납했다.거제 선거구는 민주당 경선에서 배제된 김해연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민주당 문상모 후보와 여권 지지표를 나눠 가졌다. 여권 분열로 여야 간 1대 1 구도가 무산되며 통합당이 승리를 거뒀다.
무소속 김태호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 후보가 15일 오후 경남 거창군 자신의 선거 사무소에서 선거 방송을 시청 중 '당선 확실' 알람이 뜨자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와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 등 낙동강을 경계로 부산과 붙어 있는 '낙동강 전선'은 선거 때마다 경남에서 여야 간 접전이 펼쳐지는 곳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김해와 양산 4석 중 3석을 차지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단체장 2자리를 꿰찼다.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김해, 양산에 이어 진해, 거제까지 낙동강 전선을 넓혀 경남에서 '과반 의석' 목표를 달성하는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민주당은 경기 김포에서 안정적 재선에 도전할 수 있었던 '잠룡' 김두관 후보를 양산을에 전략공천해 바람몰이에 나선다는 전략이었으나, 김 후보가 양산시장 출신 나동연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낙동강 전선에서 고전하면서 해군의 도시 진해에서 승리를 기대했던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은 석패했고 여권 후보 분열로 거제 역시 미래통합당에 내주고 말았다.민주당은 그나마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에서 2석을 힘겹게 지켜낸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상황이다.

전통적인 보수지역으로 불리는 서부경남은 이번 총선에서도 '보수텃밭' 아성이 굳건했다. 진주갑, 진주을, 사천·하동·남해, 거창·함양·산청·합천 선거구 4석을 야권 후보들이 차지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태호 후보가 당선된 것을 감안하면 서부경남 표심은 보수진영이 분열되더라도 보수를 선택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통합당이 서부경남 수성에 강민국(진주을), 하영제(사천·하동·남해) 등 새 얼굴을 수혈한 것도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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