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과거와 마주한 두 여성…'애프터 웨딩 인 뉴욕'

20년 전 미국 뉴욕을 떠나 현재 인도에서 보육원을 운영하는 이사벨(미셸 윌리엄스 분)은 항상 자금난에 시달린다.

어느 날 세계적 미디어 그룹 대표로부터 거액의 후원을 제안받는다. 반드시 직접 뉴욕으로 와서 자신을 만나야 한다는 조건에 망설이던 이사벨은 결국 뉴욕행을 택한다.

드디어 만난 기업 대표 테레사(줄리앤 무어)는 후원 내용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이사벨에게 주말에 딸 그레이스(애비 퀸)의 결혼식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한다.

결혼식에 참석한 이사벨은 테레사 남편이자 그레이스 아버지인 오스카(빌리 크루덥)를 만나고, 20년 전의 과거와 마주한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수잔 비에르 감독 연출, 마스 미켈센 주연 2006년 작 영화 '애프터 웨딩'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은 국내에서는 개봉하지 않았지만,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에 후보로 오르는 등 호평을 받았다.

줄리앤 무어의 남편이기도 한 바트 프룬디치 감독은 주인공들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꿔 이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그는 성별을 바꿈으로써 "여성이 중요한 선택을 내리고 그 결과를 마주하는 여성 서사를 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초반부 이사벨이 20년 만에 뉴욕에 돌아가 마주하게 될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 사건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고 지나치게 빨리 밝혀진다. 이후에는 테레사가 이사벨을 일부러 뉴욕에 불러 딸의 결혼식에 참석시킨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출생의 비밀이나 후반부의 반전(?) 같은 장치는 한국 드라마에서 익히 보던 것들이다.

영화는 관객이 가지는 궁금증을 상당히 싱겁게 풀어버리는 편을 택한다.

대신 과거를 마주하게 된 두 주인공의 감정과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두는 편을 택한 것 같다.

그러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거나 해결되는 과정이 너무나 평탄하게 묘사된 탓에 이 둘의 감정에 깊이 몰입하기는 쉽지 않다.

큰 충격과 엄청난 선택의 갈림길에 선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치밀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고아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가는 이사벨의 삶이 과거의 죄책감과 깊이 관련된다는 점도 그다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큰 아쉬움을 극복해 내는 것은 미셸 윌리엄스와 줄리앤 무어 두 배우의 연기다. 때론 섬세하고 때론 폭발적인 이 둘의 연기 대결이 영화를 다 본 후에도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