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심상정 당선으로 '체면치레'…양당제 회귀에 존재감 고심

6석 확보 '현상 유지' 그쳐…20대보다 2.44%p 오른 정당득표율은 성과
정의당이 21대 국회에서 현재 의석수인 6석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된 21대 총선에서 두자릿수 의석 확보를 기대했지만, 비례정당의 벽에 막혀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다만 당의 간판격인 심상정 대표가 지역구에서 승리해 체면치레를 했고, 지난 20대 총선보다 더 높은 정당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일부 성과도 거뒀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완료한 정당투표 개표 결과에 따르면, 정의당은 정당득표율 9.67%로 집계됐다.5명의 비례대표 당선인이 전망되는 수치다.

이에 따르면 류호정 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 장혜영 다큐멘터리 감독, 강은미 전 부대표, 배진교 전 인천 남동구청장, 이은주 전 서울지하철노조 정책실장이 당선권이다.

비례대표 명부 6번인 땅콩회항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전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장은 문턱에서 당선이 좌절됐다.비례대표 명부 8번의 이자스민 전 의원도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에서 정의당으로 당적을 바꿔 재선에 도전했지만, 국회 입성에는 실패했다.

정당득표율만 놓고 보면 선전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창당 후 처음 치른 총선인 지난 20대(7.23%)에 비하면 2.43%포인트 오른 수치이기 때문이다.나아가 민주당이 참여한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 친여(親與) 비례정당을 표방하는 열린민주당과 범여 표심을 놓고 경쟁한 결과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진보정당의 정당득표율 전적을 보면 2004년(17대 총선) 민주노동당이 기록한 13.03%가 최고치였고, 2012년(19대 총선) 통합진보당이 기록한 10.3%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다만 지역구에서의 한계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심 대표가 민주당·미래통합당 후보와의 3자 구도를 뚫고 당선되며 저력을 보여줬지만, 나머지 지역구 도전자 79명은 패배의 쓴맛을 봤다.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여영국(경남 창원 성산) 후보를 비롯해 윤소하(전남 목포)·이정미(인천 연수을)·추혜선(경기 안양 동안을)·김종대(충북 청주 상당) 후보 등 현역 의원들도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특히 민주당과의 단일화 없이 선거를 치르며 지역구에서 더 고전하는 양상이었다는 평가다.

앞으로 정의당의 과제가 산적했다는 분석도 있다.

우선 180석에 달하는 '슈퍼여당'과 영남권을 석권한 제1야당의 '양당체제'가 굳어지면서 정의당의 존재감이 희박해질 수 있다.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차지한 여당은 자력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추진도 가능하다.

지역구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는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이라는 '대의'를 내세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밀어붙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비례정당의 '피해자'가 된 점도 되돌아봐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원내 협상테이블에서 우리가 협상력을 갖기 더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다만 "이제 민주당이 야당의 비협조로 무엇을 할 수 없었다는 현실적 한계론을 이야기하긴 어려워졌다"며 "정의당으로서도 민주당의 정책이 개혁이냐 아니냐를 놓고 더 선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조건이 됐으므로 당의 색깔을 더 부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