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인은 수십가지라지만…"공천·막말에 통합당 스스로 무너졌다"

"'문재인 무능? 너희는 더 아냐' 귀따갑게 들어"…"책임과 품격 못지켜"
'코로나 블랙홀'도 판세 영향…"'김종인 효과' 기대하기엔 너무 늦었다"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참패한 데 대해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유를 꼽자면 수십 가지"라고 말했다.지역구 84석이라는 역대급 참패를 당한 배경을 한두 가지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만큼 통합당의 이번 패배는 당 안팎의 구조적·환경적 요인과 돌발 악재가 얽힌 결과로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 구로을에 '험지' 출마해 낙선한 김용태 의원은 연합뉴스에 "선거운동 기간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당신들은 대안 세력이 아니다'는 것이었다"며 "문재인 정부 못하지만, 당신들은 대안 세력이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김 의원은 "국가의 비전과 정책, 그리고 당신들의 품격, 이 모두가 문 대통령 세력을 대신할 수 없다는 비판을 귀가 따갑게 들었다.

뼈아프게 받아들였다"고 회고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여했던 김세연 의원은 연합뉴스에 "변화된 환경을 감지하는 능력이 없다보니 멸종의 길로 들어선 공룡같은 신세였다"고 꼬집었다.대구 수성갑에서 5선에 성공한 주호영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패인은) 한두가지가 아니다"며 예년보다 늦어진 공천, 공천을 둘러싼 후유증, 선거운동 막판 '막말' 파문으로 당이 스스로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특히 "공천 막바지에 벌어진 아름답지 못한 '내 사람 심기', 또 막말, 이런 것들이 원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친문(친문재인) 논란'을 일으켰던 김미균 시지온 대표의 서울 강남병 공천 취소, 민경욱 의원과 민현주 전 의원 사이에서 공천탈락·경선이 수차례 번복된 인천 연수을의 '호떡 공천' 등을 가리킨 것이다.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 책임론'에 대해 "당 지도부가 공관위의 공천 과정을 계속 흔들어대 개혁 공천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주장했다.

대표적인 '막말' 논란은 차명진 전 의원(경기 부천병)의 '세월호 텐트' 발언이었다.

이 발언이 선거운동 막판에 터지면서 수도권 격전지에서 20석 넘게 까먹었다는 게 통합당 내부 분석이다.
차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자기들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패배 원인을 차명진의 세월호 막말 탓으로 돌린다"며 "그즈음에 지지율이 오르다가 차명진의 세월호 텐트 폭로 때문에 급락한 자료가 있나.

그거 내놓고 차명진 욕을 하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이런 문제 제기에 유승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보수의 책임과 품격을 지키지 못했다"고 요약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통화에서 "이들 원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결국 '미래'"라며 "문 대통령의 성과도 없었지만, 무능한 '황교안의 통합당'에 미래가 없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렇다고 여당이 지난 3년 동안 잘했기 때문에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거대 정당이 됐다고 보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기한 게 '코로나 블랙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덮치면서 '조국 사태'도, 경제 실정도 모두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의 재난 상황이 국내 '방역 실패' 논란을 잠재웠고, 오히려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를 '공격 소재'로만 삼은 통합당이 외면받았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대선은 미래를 보고 찍고, 총선은 정부에 대해 심판한다는 이론이 코로나로 완전히 무너진 것"이라며 "통합당은 코로나 때문에 진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가 90% 이상 차지했고, 나머지가 10%라고 해석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주호영 의원은 "선거 직전 있었던 코로나 긴급생활지원금도 정부의 코로나 대응 실패를 묻었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의 참패 분위기는 그동안 진보와 보수의 '균형점'을 잡았던 충청권이 민주당으로 쏠리는 효과로 이어졌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영입도 코로나에 가려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게 당내 대체적인 견해다.

공천이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에서 영입돼 시간이 촉박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 의원은 "공천이 거의 다 된 상태에서 오셨기 때문에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충청권의 한 당선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패장은 아니다.

너무 늦게 와서 수습할 수 있는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은 "현장에서 느낀 김 위원장 역할은 천군만마였다.기댈 수 있는 큰 언덕이었다"고 호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