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거래' 모네로 퇴출 수순…빗썸 "투자유의종목 지정"

사진=빗썸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코리아가 일명 'n번방 사건' 거래에 활용된 모네로 등 '다크코인(익명성을 띠는 암호화폐)' 2종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빗썸코리아는 1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상자산 투자유의종목 지정 정책에 따라 모네로(XMR)와 버지(XVG)를 신규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모네로와 버지는 빗썸에서 즉시 입금 서비스가 중지된다. 빗썸은 다음달 14일까지 한 달여간 검토를 거쳐 투자유의종목 연장, 해지 또는 거래지원종료(퇴출) 여부를 발표한다.두 가상자산은 특정 거래내역이나 송·수신자를 파악할 수 없도록 설계된 게 특징이다. 이를 활용해 최근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 주도자와 가입자들이 모네로를 결제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은 이 때문에 모네로에 대한 투자유의종목 지정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빗썸은 가상자산이 형사상 범죄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거나 기타 형사사건과 연관된 게 명확한 경우 등에는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해 퇴출 수순을 밟도록 하고 있다.

빗썸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 적격성 유지 여부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과 감독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외부 전문가, 재단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건전하고 투명한 거래환경 조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익명성을 띤 가상자산에 대한 상장 폐지 조치를 하며 다크코인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익명성이 프라이버시 보호 등 순기능도 있지만 자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더 높다는 이유. 거래소로선 사건·사고 가능성 사전 차단이 보다 합리적이라 판단하고 있다.

다만 모네로의 경우 빗썸에 상장된 덕분에 n번방 혐의자들을 특정할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이들 다크코인의 상장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거래소에서 모네로를 구입 또는 전송하면 모네로 자체의 익명성과는 별개로 거래소 내에 고객정보와 거래 내역이 남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n번방 사건의 경우 거래소들의 협조를 통해 혐의자들 특정이 가능했다. 상장 폐지를 하면 도리어 음성 거래가 활성화돼 거래자를 특정하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면서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국가에서 공인받은 거래소에서만 거래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혐의자들을 추적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놓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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