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0억 토트넘 홈구장 '간판 전쟁'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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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통공룡' 아마존이냐“나이키 스타디움이 나을까, 아마존 스타디움이 좋을까.”
'세계 1위 스포츠기업' 나이키냐
사상 최고액 '네이밍 싸움'
3800억원이 걸린 사상 최대 ‘스타디움 이름값 전쟁’이 막을 올렸다. 무대는 손흥민(28)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홈구장. 글로벌 유통공룡 ‘아마존’과 승리의 여신 ‘나이키’가 일전을 벼르는 승부사들이다.세계 최고 간판값 경신 눈앞
영국 데일리메일은 “세계 최대 인터넷 물류 업체인 아마존이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네이밍 스폰서의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재정적인 불확실성으로 아직 합의까지는 멀었지만, 아마존은 물론 세계 1위 스포츠 용품업체(시가총액 기준) 나이키도 이미 작업에 들어갔다”고 16일 전했다. ‘네이밍 스폰서’는 구단 명칭이나 홈구장에 이름을 붙이는 권한(명명권)을 갖게 된다. ‘네이밍 라이츠(rights)’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마존이 스포츠 후원 마케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일리메일은 토트넘이 이번 계약을 통해 최소 10년간 2억5000만파운드(약 3814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381억원에 달하는 명명권 사용료는 스포츠계의 네이밍 스폰서 역사상 최고액(연간 평균 후원액 기준)이다. 종전에는 캐나다 금융회사 스코샤뱅크가 미국프로농구(NBA)구단 토론토랩터스의 홈구장에 내고 있는 3042만달러(약 373억원)가 가장 비싼 간판 값이었다. 토트넘 측은 당초 15년이 넘는 장기 계약을 원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계약 기간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기업들이 구장 이름에 집착하는 이유는 사시사철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6만2000여 명이 들어가는 토트넘 홋스퍼스타디움은 홈팀 토트넘 경기 외에 럭비, 복싱, 각종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슬라이딩 동작’에 후원 붙기도
명명권 거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초기에는 구단주의 사업체 이름을 구장에 붙인 것이 계기가 됐다. 1912년 문을 연 미국프로야구(MLB)구단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파크는 구단주가 보유한 ‘펜웨이 부동산 회사’에서 이름을 따왔다. 시카고 컵스의 리글리 필드도 마찬가지다. 리글리는 당시 구단주가 운영하던 껌 회사의 이름이다.구장 간판에서 시작한 네이밍 스폰서도 진화하고 있다. 구장을 넘어 구단 이름은 물론 관중석의 일부분이나 심지어 선수들의 특정 행위를 팔기도 한다. 뉴욕생명보험은 MLB 10개 구단과 계약을 맺어 선수들이 홈 베이스로 슬라이딩해 세이프가 될 때마다 기업로고를 TV 중계에 노출시킨다. 중계 아나운서는 계약에 따라 “안전하게 세이프입니다. 뉴욕생명”이라는 말을 해야 한다.
국내도 네이밍 스폰서 비즈니스가 활발하다. 프로야구구단 서울히어로즈의 이름이 넥센에서 키움으로 전환된 것도 스폰서가 변했기 때문이다. 기아타이거즈, 삼성라이온즈, SK와이번스, 한화이글스, 수원 KT위즈 등도 모기업과 관계있는 구장 이름을 쓰고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프로야구를 중심으로 ‘지니 존’ ‘비씨라운지존’ ‘이마트존’ 등 관중석 명명권을 팔기도 한다”며 “여자프로농구나 핸드볼 경기장 등에도 네이밍 스폰서 비즈니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