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필요"…예·적금 이어 '최후 보루' 보험도 깬다

중도해지 1년새 40%↑
"영세 자영업자 해지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예·적금과 보험을 깨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달 주요 은행과 보험회사에서 빠져나간 예·적금과 보험 해지액은 1년 만에 30~4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지난달 예·적금 해지액(개인 기준)은 7조7389억원에 달했다. 올 1월 5조7510억원, 2월 5조7860억원에서 급증하는 추세다. 올 1월 해지액은 1년 전보다 16.3% 적었지만 2월 들어 2.0% 증가로 돌아선 뒤 3월에는 41.4% 뛰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식·서비스업 같은 영세 개인사업자의 해지 요구가 급증하는 것을 창구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 수입이 줄면서 최후의 보루인 보험을 해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삼성 한화 교보 등 3대 생명보험사와 삼성 현대 DB KB 메리츠 등 5대 손해보험사의 해지환급금은 올 1월 2조2356억원, 2월 2조3481억원에 이어 3월엔 3조162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1월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4.6% 적었지만 2월과 3월에는 각각 19.6%, 29.5% 늘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을 중도 해지하면 환급금이 원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가입자가 웬만해선 깨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계약을 해지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보험을 깨지 않고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약관대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 8개 보험사의 신규 약관대출(실행액)은 지난달 2조700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6% 불어났다. 보험약관대출은 통상 은행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비싸다. 이 같은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고 예·적금과 보험을 정리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서민의 자금난을 반영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