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진단키트…대(對) 이란 인도적 교역 재개 본격화

美, 코로나19 여파로 제재 완화
대(對) 이란 교역 재개는 7개월여만
1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될 진단키트들이 적재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미국의 제재로 약 7개월간 중단됐던 한국 기업들의 대(對) 이란 인도적 교역 재개가 본격화된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인도적 교역에 한해 제재 완화 쪽으로 움직이면서다.

17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대이란 인도적 교역에 대한 설명회가 대한상공회의소와 코트라(KOTRA) 등의 주최로 서울 중구 소재 대한상의 건물에서 열린다. 이날 설명회에는 27개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주로 항암제나 당뇨병 치료제 등 일반 의약품과 유전자 증폭(PCR) 등 코로나19 대응 장비업체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선정됐다. 이란은 일반 의약품 수입에서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교역이 단절되면서 의약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업들에게 앞으로 이란과의 인도적 교역이 어떻게 이뤄질지 설명할 예정”이라면서 “그동안 은행만이 심사에 관여했다면 이번에는 정부가 이중 심사를 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로펌이 심사를 한 번 더 한다. 이전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절차를 이행하는 데는 한 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기존에 거래를 해오던 기업들은 더 빨리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과의 인도적 교역이 재개되는 건 최근 미국이 제재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게 계기가 됐다. 이 당국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도적 교역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독려하는, 적극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며 "미국이 전날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시리아 등과의 코로나19 관련 인도적 교역이 제재에서 예외라는 지침을 이례적일만큼 구체적으로 질의응답 형태로 공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란과의 인도적 교역 재개는 지난해 9월 중단 후 7개월여만이다. 한국은 지난해 여름 이란과 인도적 교역을 시작했다가 두 달 여만에 중단됐다.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의 정유시설에서 발생했던 드론 공격의 배후로 이란이 지목되면서였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