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마켓+] "회당 4억씩 적자…수출 못하면 끝장" K-드라마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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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황금알 낳는 거위?"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이 잘되면 굉장히 돈을 많이 벌 것처럼 생각하지만, 한 편 나갈 때마다 심하면 3억, 4억 씩 그렇게 손해를 보고 있어요."
"시청률 좋아도 수익성 악화"
사전제작 늘어나…시청률 좋아도 PPL 불가
지난 1월 SBS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박기홍 콘텐츠전략본부장의 말이다. 1월은 SBS '낭만닥터 김사부2'가 시청률 20%를 넘기고, '스토브리그'가 입소문을 타면서 승승장구했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담당 실무진들은 "살림이 어렵다"면서 입을 모았다. 60분 드라마를 3부로 쪼개는 상황이 발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 회의에 참석했던 이용석 드라마 EP는 "('낭만닥터 김사부2', '스토브리그') 두 개가 잘되고 있지만, 둘 다 적자로 가고 있다"며 "'낭만닥터 김사부2'는 적자가 예상되고, '스토브리그'는 순익분기점을 맞추려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SBS의 노력이 통한 듯 '스토브리그'는 종영 후 출연진과 제작진이 포상휴가도 다녀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는 게 드라마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말이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해도 재무제표를 열어 보면 적자인 작품도 여럿이라는 것.
◆ "수출 못하면 끝이에요."한 방송사 드라마 국장 A 씨는 한경닷컴에 "편당 4억 씩 적자가 나는 방송 구조는 모두가 직면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송사 고위관계자도 "방송할 때마다 적자가 나는 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시청률 10%만 나와도 "잘했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기적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작품들도 예외는 아니다.
모 연출자는 "한국 드라마 산업은 수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작은 시장과 제작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넷플릭스 등 플랫폼이나 일본 등 해외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청률과 상관없이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제작 단계에서 수출을 확정짓고 제작비 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선 한류스타와 스타작가, 연출자들을 잡아야 한다. 당연히 이들의 몸값은 높아졌다. 여기에 주52시간 확대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촬영과 후반작업 기간이 늘어나면서 제작비는 치솟았다. 방송 광고 시장은 점점 줄어들면서 돈 나올 구멍은 없는데 지출만 커져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입소문으로 터져도…사전제작 때문에 PPL 어려워"
여기에 사전제작이 늘어난 것도 드라마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한 부분이 됐다. 단순히 제작 기간의 증가 뿐 아니라 사전에 미리 촬영을 마쳐 입소문에 시청률이 높아져도 PPL 등 간접광고 등이 어렵기 때문. 지난해 1.7%의 시청률로 시작해 23.8%의 시청률로 막을 내린 'SKY캐슬'이 대표적인 예다. 'SKY캐슬'은 홍보와 흥행이 보장된 한류스타 없이 탄탄한 짜임새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사랑받았다. 반사전제작으로 시작한 'SKY캐슬'은 인기가 치솟으면서 PPL 등 간접광고 문의가 늘었지만, 극과 조화를 이루는 지점을 맞추기 어려워 대부분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방송 6회만에 'SKY캐슬' 시청률을 위협 중인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역시 이미 촬영 대부분을 마쳤다. 일찌감치 자리를 차지한 '김희애 팩트' 등이 아니고서야 PPL을 넣고 싶어도 넣기 힘든 상황인 것. 다만 방송 중간에 들어가는 CM, 방송 전후로 가까이 붙는 PIB(Position in break)광고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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