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시민 "선거 한달 후 합당계획 연기 검토"…교섭단체 고려

"미래한국당이 민의 거스르면 방치할 수 없다"…열린민주와 연합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선거 한달 후 민주당과 합당하고 자체 정당의 역할은 마무리하겠다는 애초 계획을 변경하려는 기류다. 더불어시민당 최배근 전 공동대표는 17일 기자들에게 "우리가 당규에 (당 존속 시한을) 5월 15일까지로 박았는데 6월 1일 국회 개원 이전까지 처리할 상황에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있어 당규를 조금 수정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시민당은 4·15 총선 한달 후에는 민주당과 합당을 완료해 당을 정리하기로 내부적으로 시한을 두고 당헌 부칙에 '초대 당대표, 최고위원 등 임기는 5월 31일로 한다'는 규정을 뒀는데, 이런 내부 결정과 당헌 등의 수정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시민당이 이렇게 '계획 변경'을 검토하는 것은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을 지원할 위성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야 할 상황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을 합쳐 180석을 얻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으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천 등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면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바로 합치기보다는 2개의 교섭단체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미래통합당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이 따로 교섭단체를 꾸리면 우리도 거기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선제적으로 위장 교섭단체를 만들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래한국당이) 제3교섭단체로 분신술을 친다면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며 "여러 고민이 있을 수 있다.

민의를 거스르는 움직임이 있다면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이날 기자들에게 "교섭단체 구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정부·여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제1야당의 형제정당으로서 같이 역할을 고민하고 해나갈 것"이라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도 본격적으로 위성 교섭단체를 구성할지를 놓고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교섭단체를 만들려면 20석이 필요한데, 더불어시민당 의석은 17석에 불과하다.

더불어시민당 후보로 당선된 용혜인 전 기본소득당 대표와 조정훈 전 시대전환 공동대표가 기존 당으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하면 여기에 2석이 더 필요하다.

민주당에서 모자란 의석을 메꿀 의원들을 꿔주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대놓고 꼼수'라는 지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의석이 3석인 열린민주당과 연합하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아직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열린민주당과는 함께 할 수 없다'며 강하게 선을 긋는 모양새다.

필요 의석이 5석이 될 경우에는 열린민주당과의 연합으로는 모자란다는 문제도 있다.

다만 더불어시민당 관계자는 "내부에서 열린민주당과 당대당 통합이 아니라 손을 잡고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으냐는 의견도 있다"고 말해 향후 상황에 따라 입장이 바뀔 여지는 충분하다.

열린민주당은 연합 교섭단체 구성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열린민주당 비례 1번으로 당선된 김진애 전 의원은 SBS 라디오 '이재익의 정치쇼'에 출연해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여권이 앞으로 공수처장 추천위원 문제 등과 관련해 제2교섭단체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열린민주당이 3석을 확보해 비례 1번 김진애 전 의원과 2번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3번 강민정 전 교사가 비례 의원으로 당선되자 일부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은 4번을 받아 떨어진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국회 입성을 위해 '김진애 사퇴운동'에 나섰다. 일부 지지자들은 SNS에 "김 전 의원이 사퇴하고 김 전 대변인이 비례를 승계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