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국민음식 짜장면 한 그릇 어려운 이웃과 나눠요"

김해 햇빛사랑봉사회 14년째 소외계층 1만7천여명에게 식사대접
코로나19로 잠시 활동중단…"봉사 필요 없는 따뜻한 세상 소망"
"주방에서 요리할 때는 몰랐던 세상을 봉사하면서 배웁니다"
18일 경남 김해 햇빛사랑봉사회 박희태(62) 회장은 봉사하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짜장면은 특별한 날 가족 외식 메뉴였다.

한 그릇이 눈물 나게 간절했고, 한 그릇으로 배 터지게 든든했던 짜장면에는 서민의 추억과 애환이 담겨있다.

햇빛사랑봉사회는 따뜻한 짜장면 한 그릇에 마음까지 담아 전한다. 봉사회는 박 회장을 주축으로 2006년 결성됐다.

사회의 그늘진 곳에 햇빛 한 줄기를 비추자는 의미를 담았다.

같은 동네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이웃 부부 10쌍과 함께 장애인 시설을 찾아 정을 나누기 시작한 지 벌써 14년째를 맞는다. 햇빛사랑봉사회는 지난 14년간 장애인·노인 등 1만7천여명의 소외계층을 찾아 따뜻한 식사 한 끼를 나눴다.

어려서부터 음식 나눔 봉사를 계획하던 박 회장은 외환 위기를 겪으며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끼니 한 끼 해결하기 힘든 이웃에게 힘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산 북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던 그는 1998년 이웃 중식당 사장들과 합심해 복지시설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16명이 함께하다 나중에는 800명까지 늘어났다.

이후 2004년 7월 김해에서 중식당을 개업하고 2년 뒤 봉사회 이름까지 만들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모두 중식당을 운영하는 회원들은 업계 특성상 쉬는 날이 적지만, 매달 한두 번은 생업을 잠시 접고 이웃사랑을 실천한다.

봉사활동은 회원들이 영업을 끝마친 늦은시간 박 회장 집에 모여 음식 재료를 손질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현장 조리가 어려운 시설을 찾을 때는 준비할 게 훨씬 많아 동틀 때까지 허리 한번 펴기 힘든 날도 있다.

대부분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식사준비여서 매장에서보다 면을 부드럽게 뽑고, 소화하기 편하게 소스를 끓인다.

철야 음식준비에 이어 봉사까지 하고 나면 몸은 천근만근 무겁지만, 마음은 넉넉해진다.
햇빛사랑봉사회가 한 번 봉사할 때 준비하는 짜장면은 600∼700그릇 정도다.

많을 때는 1천800그릇까지 준비한 적도 있다.

봉사에 들어가는 모든 돈은 회원들의 회비로 해결한다.

재료상에서 봉사에 쓰라고 밀가루, 단무지 등을 협찬해주기도 한다.

어려운 이웃에게 한 끼 제대로 먹이고 싶은 마음이 선한 영향력으로 퍼지는 셈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봉사를 시작했다는 박 회장은 봉사를 통해 다시 세상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그는 "양로원 봉사를 할 때 팔순 넘은 어르신이 난생처음 짜장면 맛을 본다고 감동하시더라"며 "내 손으로 만든 짜장면 한 그릇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경험이고, 추억이 된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봉사현장에서 한 어르신으로부터 "당신들 잘사는 거죠"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돈이 많아 봉사하냐는 질문으로 이해한 박 회장이 고개를 젓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게 잘 사는 거다"고 덕담을 건넸다.

당시를 생각하며 박 회장은 "돈이 많아야 잘 사는 거라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듣고나서 나누는 삶이 진정 잘 사는 거라는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의 한결같은 선행은 주변에도 알려져 햇빛사랑봉사회는 지난해 대한민국 사회봉사대상 단체상 대상을 받았다.

이후 이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면서 지금은 잠시 활동을 접은 상태다.

박 회장은 "우리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은데, 봉사를 못 해 미안하고 걱정도 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진정돼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행복해져 봉사도 필요 없는 세상이 되길 꿈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