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군, 군의날 행사에 소총 대신 소독기 들고 '방역 행진'

17일(현지시간) '이란군의 날'을 맞아 군인이 소총과 같은 개인화기 대신 소독용 분무기를 들고 행진하는 이색적인 광경이 연출됐다.

이날 오후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열린 군의 날 행사에서 이란 장병은 모두 마스크나 방독면을 쓰고 도열했다.흰색이 아닌 전투복과 같은 위장 무늬로 제작된 마스크도 눈에 띄었다.

'국토의 수호자, 건강의 조력자'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병사들은 소독용 분무기를 메고 행진했고 방역용으로 개조한 군 장비와 군용 차량, 이동식 야전 의무시설을 선보였다.

통상 이란군의 날에는 미사일과 중화기, 기갑 전력, 전투기 등 신형 무기가 대거 공개된다.이란군은 이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한 지난달 초부터 최고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방역과 치료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

행사 뒤 이란군은 테헤란 등 이란 주요 도시의 거리와 골목을 방역하는 '보건 봉사 행진'을 벌였다.

이란군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행사 규모를 예년보다 대폭 줄였으며 지난해와 달리 대통령이 아닌 국방장관이 현장에서 행사를 주관했다.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군의 날을 맞아 서면으로 낸 축사에서 "보건 지침에 따라 군 장병이 평상시처럼 대규모로 행진할 수는 없다"라며 "보이지 않는 적(전염병)과 싸우는 현재 상황에서는 전투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을 군이 지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