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통합당…패인분석·대안제시 등 과제 산적

'반문연대 통한 정권심판' 총선전략 빗나가…당내 문제점은 외면
'대안세력' 모습 갖추기 시급…'새로운 정치실험' 가능성도

4·15 총선에서 개헌저지선(100석)을 간신히 넘긴 미래통합당이 수술대 위에 오를 전망이다.김종인 전 총괄 선대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통합당 수술'을 집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통합당 내에서는 "사망 선고에 준하는 심판을 받았다"(김용태 의원), "희망이 없어 보인다"(김재원 의원) 등 위기감이 팽배하다.

통합당이 정치적으로 부활하려면 대대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대선에 이은 4연패라는 점에서 극약처방은 불가피해 보인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통합당은 이번 주 중 당선인들 중심으로 총회를 열어 '김종인 비대위 체제' 필요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비대위의 첫 과제로는 냉철한 '총선 패인' 분석이 꼽힌다.보수 대통합으로 외연을 확장한 뒤 정권 심판론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통합당의 총선 전략은 실패했다.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연대'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 통합당은 지난해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 이후 이른바 '대정부 투쟁'을 벌여왔다.총선을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정권 심판론의 불씨를 지핀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좌파독재 저지', '자유대한민국 지키기' 등의 구호는 강경 지지층에만 유효했다는 게 총선에서 확인됐다.

정작 그동안 쌓인 보수진영 내 모순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원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수도권 현장에서 우리끼리는 '분위기가 좋다'고 떠들었는데 실제 결과는 패배"라며 "한쪽 귀를 닫고 살면서 공천권이나 당권을 멋대로 행사하는 당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패배는 영원히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통합당 내에서는 '지도부가 패배한 이유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황교안 전 대표가 총선 당일 참패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물러나면서 한 말이 회자된다.

당시 황 전 대표는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나라가 잘못 간 것을 막지 못했다", "화학적 결합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를 놓고 '180석 여당 탄생'이라는 민심을 외면하는 오만한 태도, 총선 패배에 대한 '남 탓' 내지 '책임 미루기'라는 당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대안세력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패인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도 향후 비대위에 놓인 과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총선 이슈를 집어삼킨 상황에서 통합당은 정부 대응을 비판했을 뿐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이는 '비판만 하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낳았다.

통합당이 총선 초기 '대안'이라고 내세운 민부론(경제정책), 민평론(외교·안보정책)도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의 정책을 집대성한 것에 불과하다'는 인색한 평가에 직면했다.

따라서 통합당이 비대위 체제를 거치며 설득력을 갖춘 대안을 제시하는 제1야당으로 발돋움할지 주목된다.

앞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지난달 선대위원장직 수락 직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정체 상태에서 더이상 발전을 보이지 않고 부도처리 되면 파괴적 혁신을 통해 살아난다"고 말한 점이 새삼 주목받는다.

김 전 위원장이 실제 통합당 비대위를 이끌 경우 '파괴적 혁신'이라는 이름의 처방전을 내놓는 등 새로운 정치실험에 나설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합당이 대대적 변화를 하려면 '비대위 체제'라는 틀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비대위를 세운다고 상황이 더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을 것 같다"며 "인물, 정책 방향, 당의 비전과 인식 등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박 교수는 "중앙당 중심의 국회 운영이 아니라 개별 의원들에게 '알아서 하라'는 식의 새로운 실험도 해볼 수 있다"며 "100명 정도의 의원으로는 개헌 저지 외에 똘똘 뭉쳐 무엇을 할 수도 없고 구심점도 없으니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접근을 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