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12시간에 택배 450개 배송"…택배 배달 현장에 갔더니
입력
수정
"이렇게 뛰어야 저녁 전에 집에 가요.
"
류대호(26)씨는 경력 2년 차의 신참 택배기사다. 지난 10일 오후 1시께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만난 그는 탑차 안에 가득 차 있는 택배를 배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택배 물동량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거의 석달이 지난 요즘도 일선 택배기사들이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리는지 확인하려고 지난 10일 류 씨의 배달 현장에 동행했다. 이날 류씨 혼자서 처리해야 할 택배량은 약 450여 개.
류씨는 "요즘은 앞자리에 숫자 2를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물량이 많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하루 200∼300개를 날랐지만 최근에는 300∼400개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12월 쿠팡의 택배 처리량은 일일 200만∼220만 개였지만 올 3월 들어 평균 250만∼300만 개로 늘었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2일 하루 택배 처리량이 900만 건을 넘기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바뀐 건 물량 규모뿐만 아니다. 휴지와 생수 같은 생필품 택배 비중이 늘었다고 한다.
류씨는 "아무래도 휴지 같은 경우에는 부피가 크니까 배송량이 늘어난 걸 쉽게 체감할 수 있다"고 했다.
요즘엔 자가격리자를 위한 생필품 박스도 집 앞까지 배달하고 있다.
라면, 즉석식품, 통조림, 마스크, 손 소독제 등 각종 물품이 포함돼 있어 한 박스당 20㎏ 정도 무게가 나간다.
이날 배달한 생필품 박스는 3개. 류 씨는 "다른 형님(택배기사)들은 나보다 더 많이 배송한다.
박스 자체 무게가 꽤 나가다 보니 힘들다고 하더라. 일가족 4명이 자가격리하는 집은 거의 80㎏을 한 번에 들고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생필품 사재기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류씨 같은 이들이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배송이 보편화하면서 고객 불만도 늘었다.
택배가 온전히 집 앞에 배송됐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류씨는 "일주일에 평균 잡아 고객 5명 정도가 전화로 컴플레인(항의)을 걸어온다"며 "배송 확인 문자가 가는데도 '내 눈으로 직접 확인을 못 하지 않느냐'며 따지는 내용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근무시간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배송도 배송이지만 터미널에서 진행되는 택배 분류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담당 배달지역 택배를 일일이 나눠야 하는데, 물동량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분류 작업 시간도 길어졌다는 것.
류씨는 "그전(코로나19 발생 전)에는 4시간이면 끝날 분류작업이 오늘은 6시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7시가 넘어 퇴근했다.
하루 근무시간은 12.5시간이다.
업무량이 누적되면서 택배기사들은 업무 중 재해 위험에도 노출된다.
그러나 택배기사 대부분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기 때문에 산재보험 등에 가입돼 있지 않아 몸을 다쳐도 기댈 곳이 없다.
류 씨는 "업무량이 많아질수록 월급도 높아지긴 하지만, 혹시라도 다쳐서 일을 못 하게 되면 더 큰 손해"라고 말했다. 이에 국토부는 12일 택배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처우 개선을 긴급 권고했다.
권고는 ▲ 택배 차량 및 택배기사 조기 충원 ▲ 적정 근무량 체계 마련 ▲ 순차 배송 등을 통한 휴게시간 보장 ▲ 필요시 지연배송 실시 등 조치로 이뤄졌다.
그러나 현장에선 정부 차원의 권고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김세규 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16일 통화에서 "국토부의 처우 개선 권고는 현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모르고 내놓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토부에서) 순차 배송을 통해 휴게시간 보장을 하라고 권고했는데, 택배기사 입장에선 1일 2배송(하루 2번 배송)을 하면 물류 터미널에 오고 가는 시간이 기존보다 더 많이 소요되는 등 효율적인 업무를 해치게 된다"고 분석했다.
김 국장은 또 "택배기사 중에서 자가격리자가 생겼을 때 2주간 아무 소득 없이 지내게 되는데, 이때 회사 차원에서 유급 휴가를 주는 식의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도 "택배기사를 포함해 배달 라이더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업무가 과다한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해 무산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보호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등이 지난해 8월 대표 발의한 생활물류법은 택배 서비스사업의 등록제 도입과 택배 노동자의 처우개선, 고용 안정, 휴식 보장 등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법 제정안 심의 절차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
류대호(26)씨는 경력 2년 차의 신참 택배기사다. 지난 10일 오후 1시께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만난 그는 탑차 안에 가득 차 있는 택배를 배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택배 물동량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거의 석달이 지난 요즘도 일선 택배기사들이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리는지 확인하려고 지난 10일 류 씨의 배달 현장에 동행했다. 이날 류씨 혼자서 처리해야 할 택배량은 약 450여 개.
류씨는 "요즘은 앞자리에 숫자 2를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물량이 많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하루 200∼300개를 날랐지만 최근에는 300∼400개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12월 쿠팡의 택배 처리량은 일일 200만∼220만 개였지만 올 3월 들어 평균 250만∼300만 개로 늘었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2일 하루 택배 처리량이 900만 건을 넘기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바뀐 건 물량 규모뿐만 아니다. 휴지와 생수 같은 생필품 택배 비중이 늘었다고 한다.
류씨는 "아무래도 휴지 같은 경우에는 부피가 크니까 배송량이 늘어난 걸 쉽게 체감할 수 있다"고 했다.
요즘엔 자가격리자를 위한 생필품 박스도 집 앞까지 배달하고 있다.
라면, 즉석식품, 통조림, 마스크, 손 소독제 등 각종 물품이 포함돼 있어 한 박스당 20㎏ 정도 무게가 나간다.
이날 배달한 생필품 박스는 3개. 류 씨는 "다른 형님(택배기사)들은 나보다 더 많이 배송한다.
박스 자체 무게가 꽤 나가다 보니 힘들다고 하더라. 일가족 4명이 자가격리하는 집은 거의 80㎏을 한 번에 들고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생필품 사재기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류씨 같은 이들이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배송이 보편화하면서 고객 불만도 늘었다.
택배가 온전히 집 앞에 배송됐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류씨는 "일주일에 평균 잡아 고객 5명 정도가 전화로 컴플레인(항의)을 걸어온다"며 "배송 확인 문자가 가는데도 '내 눈으로 직접 확인을 못 하지 않느냐'며 따지는 내용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근무시간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배송도 배송이지만 터미널에서 진행되는 택배 분류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담당 배달지역 택배를 일일이 나눠야 하는데, 물동량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분류 작업 시간도 길어졌다는 것.
류씨는 "그전(코로나19 발생 전)에는 4시간이면 끝날 분류작업이 오늘은 6시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7시가 넘어 퇴근했다.
하루 근무시간은 12.5시간이다.
업무량이 누적되면서 택배기사들은 업무 중 재해 위험에도 노출된다.
그러나 택배기사 대부분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기 때문에 산재보험 등에 가입돼 있지 않아 몸을 다쳐도 기댈 곳이 없다.
류 씨는 "업무량이 많아질수록 월급도 높아지긴 하지만, 혹시라도 다쳐서 일을 못 하게 되면 더 큰 손해"라고 말했다. 이에 국토부는 12일 택배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처우 개선을 긴급 권고했다.
권고는 ▲ 택배 차량 및 택배기사 조기 충원 ▲ 적정 근무량 체계 마련 ▲ 순차 배송 등을 통한 휴게시간 보장 ▲ 필요시 지연배송 실시 등 조치로 이뤄졌다.
그러나 현장에선 정부 차원의 권고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김세규 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16일 통화에서 "국토부의 처우 개선 권고는 현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모르고 내놓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토부에서) 순차 배송을 통해 휴게시간 보장을 하라고 권고했는데, 택배기사 입장에선 1일 2배송(하루 2번 배송)을 하면 물류 터미널에 오고 가는 시간이 기존보다 더 많이 소요되는 등 효율적인 업무를 해치게 된다"고 분석했다.
김 국장은 또 "택배기사 중에서 자가격리자가 생겼을 때 2주간 아무 소득 없이 지내게 되는데, 이때 회사 차원에서 유급 휴가를 주는 식의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도 "택배기사를 포함해 배달 라이더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업무가 과다한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해 무산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보호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등이 지난해 8월 대표 발의한 생활물류법은 택배 서비스사업의 등록제 도입과 택배 노동자의 처우개선, 고용 안정, 휴식 보장 등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법 제정안 심의 절차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에 휩싸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