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갭투자 매물 쏟아지자 중소형 '뚝뚝'…대형은 '쑥쑥'

공시가 오르고 보유세 부담겹쳐
중소형 4억~7억 낮춘 급매 속출

자산가들 많은 대형아파트는
호가 오르며 신고가 찍기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최대 4억~7억원씩 떨어지고 있다. 반면 이 지역 중대형은 거래가 드문 가운데도 신고가를 경신하며 값이 오르는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같은 단지 내에서도 중소형 면적은 급락하는 반면 대형은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 아파트 전용 84㎡ 매물은 지난달 중순 22억원에 계약됐다. 지난해 10월 26억3000만원까지 올랐지만 4억원가량 밀렸다. 하지만 이 아파트 내 대형인 전용 155㎡는 34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역대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것이다.반포동의 대장주로 꼽히는 ‘아크로리버파크’에서는 전용 84㎡가 최근 26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면적대가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34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7억2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그러나 대형인 전용 155㎡는 지난달 52억50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강남 일대에서 대형은 비교적 가격 방어력을 보여주는 반면 중소형 아파트는 최소 2억원에서 많게는 7억원씩 하락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갭투자’를 한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통상 대형 면적은 절대적인 매매가격이 커 주로 자산형 다주택자들이 거래한다. 하지만 소형은 대형보다 전세금과 매매가격 차이가 적어 전세와 대출 등을 끼고 갭투자하는 사례가 많다. 반포동 인근 A공인중개 관계자는 “오는 6월 말까지 양도세 중과를 피하고자 하는 다주택자들이 급하게 매도를 원한다는 연락이 온다”며 “중소형 매물 대부분이 전세와 최대치로 대출을 끼고 산 갭투자 매물”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과 양도세 중과 등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다주택자들의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다. 여유 자금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다주택자들이 버티기 전략을 썼다가는 자칫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소형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 물건이 나오면서 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공인중개 대표는 “집주인이 대출 이자에 몇천만원씩하는 보유세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내놓은 물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