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함께 넘자"…테니스 스타 3인 '솔선수범'

라이벌들 '코로나 의기투합'

100위권내 선수 175만弗 조성
협회도 동일한 금액 매칭 제안
랭킹 200위권 밖 선수들 지원
남자 테니스 ‘빅3’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 로저 페더러(4위·스위스)가 뭉쳤다. 연이은 대회 취소로 생계를 위협받는 무명 선수들의 보릿고개 해결을 위해서다.

조코비치는 19일 SNS를 통해 “며칠 전 페더러, 나달과 함께 대회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을 돕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세계랭킹 200위가 안 되는 선수들은 후원받기가 쉽지 않고 상금 수입도 없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는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3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21개 대회를 취소 또는 연기했다. 메이저대회인 윔블던은 1945년 이후 75년 만에 처음으로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페·나·조 트로이카’는 상위 랭킹 선수들과 협회, 4대 메이저대회 주관사들이 손잡고 최대 450만달러(약 54억7000만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는 3만달러, 51위에서 100위 사이 선수는 5000달러를 갹출해 175만달러를 모은 뒤 ATP투어 등 관련 업계에서 비슷한 금액을 보탠다는 구상이다. 조코비치는 “대회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을 도와야만 테니스의 미래가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2008년 조코비치가 첫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한 이후 12년간 테니스 세계를 삼분한 라이벌이다. 2017년부터 메이저 타이틀(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13개를 ‘페·나·조’가 휩쓸었다. 올해 열린 호주오픈에서도 조코비치는 대회 통산 8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페더러는 4강, 나달은 8강에 들었다.

이들은 우승과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늘 서로를 의식하며 견제했다. 상호간 합을 겨룬 게임만 150번에 육박한다. 조코비치는 페더러와 나달에게 27승과 29승을 거두기 위해 각각 23패와 26패를 견뎌야만 했다. 나달과 싸워 24승을 챙긴 페더러도 그에게 16번이나 덜미를 잡혔다.코로나19라는 세계적 재난은 세 라이벌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나달이 스페인 의료계 지원을 위해 조성하는 1100만유로(약 147억원) 상당의 기금에 조코비치가 거액을 기부한 것. 나달은 조코비치에게 고마움을 나타냈고, 테니스 생태계 유지를 위해 행동에 나서자고 셋이 뜻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조코비치는 “우리 셋은 서로 경쟁하면서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세월이 가면서 경쟁뿐 아니라 위대한 선수로서 서로에게 존경심이 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