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넘는 '코로나 전쟁'의 숨은 주역, 대구 비상대응자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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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 환자' 나온 날 대책회의유럽이나 북남미 도시들과 달리 대구가 코로나19의 습격을 받고도 희생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은 대구시의 비상대응자문단으로 활약한 전염병 전문가들 덕분이다. 이경수 영남대 교수와 대구시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인 김종연 경북대 교수,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대책본부장, 김건엽 경북대 교수, 의사 출신인 김영애 대구시 시민행복교육국장(전 보건복지국장), 정해용 대구시 정무특보 등이다.
학교 일 접고 두달간 방역활동
이들의 인연은 2015년 메르스 때로 올라간다. 당시 대구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1명이 발생했지만 이들은 대규모 역학조사와 접촉자 조사, 확진자와 접촉자의 동선 공개 등을 통해 추가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았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숙식을 같이하며 두 달간 함께 방역활동을 한 것이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큰 도움이 됐다. 권 시장은 “당시에도 확진자의 증상 발현 48시간까지의 접촉자를 찾아 밀접 접촉자를 확인하고 자가격리하는 등 질병관리본부보다 한층 강화된 방역활동을 했다”고 강조했다.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오후에 신천지 신도 7명을 포함한 1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김영애 국장은 이날 밤 이들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가올 재난을 직감한 이들은 밤 12시께 시청에 모였다. 즉각 비상대응자문단이 구성됐다. 확진자가 11명 나왔지만 수백~수천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공감했다. 이들은 5개 상급종합병원장과 메디시티대구협의회 대표에게 새벽에 전화를 돌리고 단톡방을 만들어 19일 아침에 모두 시청에 모여 대책회의를 했다.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한 뒤 코로나19와의 본격적인 전투를 시작했다. 확진자가 발생한 다음날 아침이었다.
비상대응자문단은 이후 8개 반 34명의 대구시 비상대응본부로 확대됐다. 상황관리반(이경수 교수, 정해용 정무특보), 모니터링반(김재동 국장, 남희철 국장), 의료기관대응반(김영애 국장), 환자분류관리반(김종연 교수), 역학조사반(김신우 교수), 자원관리반(진광식 국장), 보건소지원반(김미향 과장) 언론홍보반(차혁관 대변인) 등이다. 코로나19 골든타임에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대응하면서 코로나19의 전국 확산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상대응자문단에 참여한 교수들은 학교 일을 접고 60여 일간 대구를 위해 온몸을 바쳤다. 이 교수는 병원의 실질적 책임자인 기획·진료처장 등 의료기관 보직자 23명과 매주 2회 오전 7시에 모여 합동대책회의를 이끌었다.환자 전원 등 의료기관대응반을 맡은 김영애 국장은 20일께 대구동산병원에서 계명대의대 박남희 교수(심장내과)와 이중정 교수(예방의학과)를 만났다. 급증하는 환자를 수용할 격리병원이 대구의료원만으로는 부족해 대구동산병원을 격리병원으로 지정하기 위해서였다. 김 국장은 “추진력이 강한 박 교수가 적극 공감하고 건의해 계명대 총장에게까지 허락을 받았다”며 “민간의료가 공공의료로 순식간에 전환한 이 결정이 초기의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전국으로 병상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국군병원과 군의관 간호장교 등 군 의료자원을 재빨리 동원하도록 한 데는 군의관으로 근무했던 민복기 본부장의 역할도 컸다. 대구가 집단감염의 온상이 된 1만여 명의 신천지 신도와 요양·정신병원 환자·종사자 등 4만여 명에 대한 대량 검진과 격리·치료를 하는 데도 민 본부장이 요청한 1040명의 공중보건의와 군의관들이 큰 힘이 됐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