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곤충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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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은 전체 동물의 4분의 3에 이를 만큼 숫자가 많다. 인간이 이름 붙인 것이 약 100만 종이고 이름 모르는 곤충은 훨씬 더 많다. 곤충학자들은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곤충만 1000만 종이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는 해충은 모기, 붉은불개미, 살인벌떼 등 2%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곤충 가운데 농작물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은 메뚜기 떼다.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메뚜기 떼가 곡식을 갉아먹어 남은 게 하나도 없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올해도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를 덮친 메뚜기가 경작지를 초토화시켰다. 약 4000억 마리가 하루에 3만5000명 이상의 식량을 먹어치우며 150㎞씩 이동해 중국까지 침범했다.이 메뚜기의 종류는 ‘사막 메뚜기’다. 식성이 엄청나서 매일 몸무게만큼의 곡식을 소화한다. 전문가들은 지난겨울 동아프리카 지역이 예년보다 고온다습해 번식이 쉬웠다고 분석한다. 좁은 지역에 메뚜기가 몰리면 스트레스 때문에 호르몬 변화가 생긴다. 이들이 새로운 먹이와 거처를 찾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농경지의 사막화’가 생긴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이번 메뚜기 떼 출현은 최근 25년 사이 최악의 상황”이라며 “아프리카 돼지열병 이후 최대 식량재난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메뚜기 떼 퇴치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발만 구를 뿐이다. 중국은 인근 파키스탄 국경지역에 메뚜기의 천적인 오리 10만 마리를 투입했다. 그러나 더운 날씨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
미국 작가 펄 벅의 소설 《대지》에 중국 농촌이 메뚜기 떼의 습격을 받아 황무지로 변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도 장대를 휘두르거나 향을 피우며 기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중국인들은 예부터 메뚜기 떼의 출몰을 황제와 탐관오리에 대한 ‘하늘의 벌’로 여겼다. 메뚜기를 벌레 충(蟲)과 임금 황(皇) 자를 써 ‘황충(蝗蟲)’이라고 불렀다.이참에 메뚜기를 식용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찾자고 하지만, 이 또한 걸림돌이 많다. 곤충학자 스티븐 앨프리드포브스는 “인간과 곤충의 투쟁은 문명이 싹트기 전부터 시작됐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지구가 인간의 땅이기 이전에 곤충의 땅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대자연 속의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곤충 가운데 농작물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은 메뚜기 떼다.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메뚜기 떼가 곡식을 갉아먹어 남은 게 하나도 없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올해도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를 덮친 메뚜기가 경작지를 초토화시켰다. 약 4000억 마리가 하루에 3만5000명 이상의 식량을 먹어치우며 150㎞씩 이동해 중국까지 침범했다.이 메뚜기의 종류는 ‘사막 메뚜기’다. 식성이 엄청나서 매일 몸무게만큼의 곡식을 소화한다. 전문가들은 지난겨울 동아프리카 지역이 예년보다 고온다습해 번식이 쉬웠다고 분석한다. 좁은 지역에 메뚜기가 몰리면 스트레스 때문에 호르몬 변화가 생긴다. 이들이 새로운 먹이와 거처를 찾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농경지의 사막화’가 생긴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이번 메뚜기 떼 출현은 최근 25년 사이 최악의 상황”이라며 “아프리카 돼지열병 이후 최대 식량재난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메뚜기 떼 퇴치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발만 구를 뿐이다. 중국은 인근 파키스탄 국경지역에 메뚜기의 천적인 오리 10만 마리를 투입했다. 그러나 더운 날씨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
미국 작가 펄 벅의 소설 《대지》에 중국 농촌이 메뚜기 떼의 습격을 받아 황무지로 변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도 장대를 휘두르거나 향을 피우며 기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중국인들은 예부터 메뚜기 떼의 출몰을 황제와 탐관오리에 대한 ‘하늘의 벌’로 여겼다. 메뚜기를 벌레 충(蟲)과 임금 황(皇) 자를 써 ‘황충(蝗蟲)’이라고 불렀다.이참에 메뚜기를 식용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찾자고 하지만, 이 또한 걸림돌이 많다. 곤충학자 스티븐 앨프리드포브스는 “인간과 곤충의 투쟁은 문명이 싹트기 전부터 시작됐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지구가 인간의 땅이기 이전에 곤충의 땅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대자연 속의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