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 이후 경기부양 여력 확보해야

감염병 끝나야 경기부양책 효과
기업 등 직접피해 구제 집중하고
장기 안목서 재원투입 대비해야

김소영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지난 몇 주 동안 정신없었던 총선이 끝났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하루 수백 명씩 나오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도 10명 미만으로 줄었다. 코로나19가 곧 종식되고 화창한 봄 날씨같이 한국 경제도 곧 새롭고 활기찬 모습을 띨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생각보다 더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사회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게 되면 다시 코로나19가 창궐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종식돼도 다른 국가에서 방역에 실패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글로벌 가치 사슬의 중심에 있는 한국의 경제적 어려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또 이번 사태로 자영업자, 기업 등이 파산하게 되면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파산한 자영업자, 기업은 돌아오지 않는다. 해고된 노동자들도 경기가 다시 충분히 좋아지지 않는다면 바로 일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오스카 조다, 산제이 싱, 앨런 테일러 등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캠퍼스 교수들은 과거 수백 년간의 자료를 이용,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팬데믹 이후 경제의 실질 수익률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 40년이나 걸렸다고 보고했다. 현대 의술이 과거에 비해 훨씬 뛰어나고 현대 경제가 이전의 경제보다 더 안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40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경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자영업자, 기업이 파산하지 않더라도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 이들이 공급받은 신용을 갚기 어렵게 된다면 그 뒷수습을 위해 상당한 재원이 필요할지 모른다. 해고된 노동자가 바로 고용되지 않는다면 이들을 돌보기 위한 재원도 필요하다.

지금 당장 재정을 뿌리며 경기 부양을 하는 것보다는 코로나 사태 종식 후 경기 부양을 하는 것이 더 필요할 뿐 아니라 더 효과적이다. 현재 소비·투자 등이 부진한 이유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대면 경제활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기 부양 정책은 효과가 거의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나 전통적인 재정 확장 정책을 편다고 해도 경기 활성화 효과를 보기는 힘들 수 있다.반면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후에는 일상적인 경제 활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같은 정책 수단을 사용하더라도 경기 부양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충분히 경제가 활성화돼야 자영업자, 기업들이 이번 코로나 사태로 발생한 손해, 부채 등을 갚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의 경기 부양책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은 상당히 어려운 시기다. 재원을 충분히 사용하되, 국가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재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고민해야 한다. 일반적인 경기 부양책은 자제하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자영업자, 기업들의 파산을 막기 위한 유동성 공급과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많이 받은 피해자 구제에 재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고 치료제 개발에 대한 좋은 소식도 들린다. 경제가 제자리를 찾아가려면 코로나 사태 종식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경제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많은 정책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경제가 코로나 사태 직전 상태로 돌아간다고 해도, 잠시 잊고 있던 성장 여력 급감 등과 같은 문제들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계획을 세워 코로나 종식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