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채식' 버거·라면 먹어보니…넌 다 계획이 있구나
입력
수정
▽ 비건 버거·라면 등 인스턴트 속속 출시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생) 사이에서 채식주의가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매김하면서 햄버거·라면 등 대표적 인스턴트 식품에도 채식 바람이 불고 있다.
▽ 맛 크게 다르지 않아, 낮은 칼로리는 덤
▽ "채식=인스턴트의 미래" 채식인구 2억 육박
채식주의자는 육류를 일절 먹지 않고 채소만 먹을 것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고기 맛을 내는 대체재를 이용한 식품을 먹는 경우가 대다수다.고기없이 고기 맛이 날 수 있을까. 채식은 정말 육식을 대체할 수 있을까.
기자는 지난 주말 고기가 없는 햄버거 1종, 채소로만 국물맛을 내는 채식 라면 1종 등 인스턴트 채식 2종을 먹어봤다. 롯데리아가 판매 중인 '미라클 버거'와 오뚜기가 출시한 '채황' 라면이다.일명 '스님 버거'라고도 불리는 미라클 버거는 '고기 없이 고기 맛을 내는 기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 2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식물성 패티와 빵, 소스로 만든 햄버거인 '미라클 버거'를 선보였다. 패티는 콩 단백질과 밀 단백질로 고기 식감을 재현했다. 소스는 달걀 대신 대두를 사용했으며 빵도 우유 성분이 아닌 식물성 재료로 만들었다. 동물성 재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셈이다.지난 19일 서울 중구의 한 롯데리아 매장에 찾아가 '미라클 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대중적인 메뉴가 아니기에 조리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인스턴트 음식답게 햄버거는 10분 이내로 나왔다. 버거의 생김새와 맛은 일반 고기 패티가 들어간 버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패티 맛보다는 소스의 맛이 강하게 느껴져 '가짜 고기'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가격은 버거 단품 5600원, 세트 7400원으로 다른 제품과 크게 차이가 없다. 열량은 단품 기준 574kcal로, 비슷한 가격대인 더블엑스투(단품 기준 5500원, 730kcal) 버거에 비해 약 160kcal가 낮다. 한국을 대표하는 인스턴트 음식이라 할 수 있는 라면 중에도 '비건 라면'이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11월 비건족을 잡기 위해 '채식 라면'을 선보였다. '채소의 황제'라는 뜻을 담고 있는 '채황'은 버섯, 무, 양파, 마늘, 양배추, 청경채, 당근, 파, 고추, 생강 등 10가지 채소로 국물맛을 냈다. 기존 라면이 소고기를 우려내 분말수프를 만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채황은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다. 녹색 포장지에서부터 '채식용'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붉은색이 아닌 아이보리색을 띠는 국물에서는 매콤한 맛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일반라면의 매콤함과는 결이 달랐다. 빨간 국물보다 덜 자극적이고 담백한 느낌이다.
가격은 마트마다 상이하지만 기자가 방문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는 할인행사가 진행돼 4봉지에 3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정가는 4020원으로, 같은 회사의 스테디셀러인 진라면(5개입 2980원)과 프리미엄 제품군인 진짬뽕(4개입 4600원)의 중간쯤이었다.
열량은 465kcal로 진라면(500kcal) 보다 다소 적었다.식품업계가 비건 식품을 출시하는 건 미래를 위한 투자의 의미카 크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 비건 식품은 특정 소수층을 타깃으로 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채식 인구의 증가세를 보면 앞으로 비건 식품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지난해 150만~200만명으로 급증했다. 이 중 완전 채식을 하는 비건 인구는 50만명으로 추정된다.
특히 K식품의 대명사인 라면은 해외 시장으로 수출될 가능성도 크다. 국제채식인연맹(IVU)에 따르면 전 세계 채식인구는 1억8000만명으로, 한국 채식인구의 120배 규모에 달한다. 오뚜기는 '채황'라면의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고기 성분을 모두 없앤 농심 '순라면' 해외 매출액은 2016년 40억원에서 2017년 55억원, 2018년 70억원, 지난해 약 85억원을 달성하는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력 라면에 대해서도 해외 수요가 높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진 라면은 해외 소비층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채식라면 등 해외 전략형 모델을 만들어 소비자를 확장하기 위해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