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vs 청약개미, 누가 이길까?…수도권 본격 청약 돌입

부동산 팔아 주식한다는 개인 투자자들 늘어
구축 아파트 시장은 침체 vs 청약에는 투자자 몰려
서울 비룻해 수도권 풍선효과 지역들 줄줄이 청약
서울시 아파트 전경(사진=연합뉴스)
집 떠났던 동학개미(주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가 청약개미(시세 차익을 고려한 청약자)로 돌아올까?

이번 주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아파트 청약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4·15총선 등으로 미뤄졌던 일정이 몰린 탓이다. 주변 집값과 차이가 나는데다 실수요자들이 눈여겨봤던 입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여서 청약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청약자들은 고민하고 있다. 분양가와 비교되는 주변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고 길어진 전매기간을 감당할 수 있을런지를 가늠하고 있다. 더군다나 총선 이후 2분기에는 전국적으로 114곳에서 9만여 가구가 쏟아질 예정이다. 기회가 많아진만큼 청약에 도전할지, 넘치는 기회라고 여겨 아예 청약을 포기할지도 예비 청약자들이 고민하는 대목이다.

◆증시로 몰리는 대기자금, 부동산에서 떠났다(?)

코로나19 충격에 1500선 밑으로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가 한 달 만에 1900선까지 회복했다. 외국인들이 10조원의 주식을 팔아치우는 동안 그만큼 주식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에 안도하고 있다. 동시에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만큼 주식을 팔아야할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시장을 바라보는 눈도 긍정적이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대체로 한국 증시가 올해 상반기에 변동성 장세를 이어가다가 하반기에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8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하반기에 억눌렸던 수요 증가와 정부의 유동성 공급 등으로 기업 이익이 다시 늘고 주식시장도 상승할 것으로 봤다.

여기에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태에서 '동학개미운동'이 한층 힘을 얻는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증시 주변 자금이 141조원을 웃도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부동산 시장은 가격 하락과 거래침체에 직면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05% 떨어져 3주 연속 하락했다. 그나마 매수세를 끌고 갔던 강북 아파트들도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풍선효과를 봤던 것으로 여겨지는 경기도 일대의 집합권 보합권에 갇혔다. 지난 3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10만8677건으로 전월 대비 5.7% 감소했다. 서울(1만6000건)과 수도권(6만5000건)은 소폭 감소했지만, 지방(4만3000건)은 전월보다 10.6% 줄었다.

◆ 분양 시장은 예외적인 '열기'…신혼부부·30대 수요 몰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기존 부동산 시장에서만 벌어지고 있다. '분양 시장'으로 일컫어지는 청약과 분양권 시장은 열기가 오히려 달아오르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달에도 각 지역에서 진행된 청약마다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실제 1분기 분양했던 단지들은 우수한 청약 성적을 거뒀다. 한국감정원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36.97대 1로 지난해 동기간(2019년 1분기, 17.24대 1)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순위 청약자수도 지난해 1분기(43만9345명)와 비교했을 때 무려 38.37%(16만8598명) 늘었다.

개별 단지로는 총선 직전 1순위 청약을 받은 경기 안산시의 ‘안산 푸르지오 브리파크’가 평균 41.71대 1로 2000년 이후 안산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쌍용더플래티넘해운대 226.45대 1 △과천제이드자이 193.64대 1 △힐스테이트부평 84.29대 1 △순천금호어울림더파크2차 55.1대 1 등 전국적으로 청약 흥행을 보였다.
늘어나는 강남권 아파트 급매물(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불안한 부동산 시장에서 그나마 싸게 집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청약'에 수요가 몰린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전셋값이 오르는 점도 청약으로 몰리는 이유라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집을 사는데 몰두했던 30대들이 청약으로 몰린 걸 청약열기의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전날 신정재정비촉진지구 2-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호반써밋 목동'의 특별공급에서는 신혼부부의 신청이 몰렸다. 100가구가 나왔는데, 신혼부부 특공으로는 47가구가 공급됐다. 신청은 5537건이 접수되면서 11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 단지는 오늘(21일) 1순위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2·20 대책으로 전매제한 기간이 늘어난 경기도 수원에서도 본격적으로 청약이 시작됐다. 풍선효과를 정면으로 누렸던 지역인만큼 청약결과에 관심이 높다. 전날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신청자가 몰렸던 ‘더샵 광교산 퍼스트파크’는 오늘(21일) 1순위 청약 접수를 받는다. 포스코건설이 경기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장안111-4구역에 666가구로 짓는 아파트다. 일반분양은 475가구다. GS건설은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609-7번지 일원에 공급하는 ‘영통자이’(653가구)는 특별공급 청약 접수를 받는다.이 밖에 비규제지역으로 청약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경기도 양주시와 인천시에서도 아파트 청약을 받는다. '양주회천신도시 노블랜드 센트럴 시티'와 '부평역 한라비발디 트레비앙'이다. 규제가 완화되고 잠시 매매가가 회복되다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는 부산에서도 가늠자가 될 아파트 단지에서 청약을 받는다.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서 '사상 중흥S-클래스 그랜드 센트럴'이 청약일정을 시작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