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답을 찾는 기업들…로펌이 '스마트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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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전략' 함께 짠다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전례 없는 상황을 맞았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일상이 송두리채 바뀌었고, 경제는 금융위기 못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코로나19의 종식 시기를 알수 없다 보니 생산과 판매 위축, 실업률 상승, 개인소득 감소 등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기업들은 더욱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과 더불어 4·15 총선을 통해 전례없는 거대 여당도 탄생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짜기가 한층 중요해졌다.
경영악화·일하는 방식 변화 겹쳐
인력 재배치·노무관리·임금 등
기업들 법적자문 크게 늘어
셧다운·수출 절벽 도미노 위기에
국제중재·통상자문 수요도 커질 듯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코로나19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항공사와 여행사 직원들은 무급 휴직에 들어갔고, 일부 기업 임직원은 월급까지 일부 반납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유통매장과 요식업, 공연·엔터테인먼트업계 매출은 언제쯤 회복될지 알 수 없다. 세계 각국의 봉쇄조치로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나 투자도 차질을 빚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도 붕괴되고 있다. 대신 온라인 쇼핑과 원격 의료·교육,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와 게임산업 등 언택트(비접촉) 경제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제조업에선 바이러스 영향을 덜 받는 스마트공장(자동화 설비)이 한층 주목을 받고 있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장은 “의료서비스와 바이오헬스산업의 확대, 산업지능화와 연계된 5세대 통신설비, 로봇, 3차원(3D) 프린터,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2차전지, 센서, 시스템반도체 등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산업구조 변화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 등을 내다보면서 미래지향적인 산업 전략과 기업 구조조정 마스터플랜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기업 법률 수요 ‘인사·노무·구조조정’국내 대기업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 환경의 급변 속에서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과 재편,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신사업 등을 고심하고 있다. 이를 위한 법률 자문 등 로펌들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익명을 전제로 대기업 15개사의 법무팀(임원 및 사내 변호사)을 대상으로 지난 13~17일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이번 조사 응답자의 93%는 국내 톱10 로펌과 현재 일하고 있거나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5개 기업 중 11개사(73%)가 당장 ‘인사·노무’(노동) 문제 법률 자문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직원 수당 문제, 매출 감소 및 경영 악화에 따른 정리해고, 인력 재배치 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자가격리와 예방 목적으로 재택근무제, 탄력근로제, 무급 휴직 등을 시험해본 기업들은 이를 일상 경영에 접목하는 방안까지 고심하고 있다.기업 위기를 진단하고 대응하는 문제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기업 구조조정’이나 부실기업 및 사업 부문을 사고파는 ‘인수합병(M&A)’ 부문에서 로펌 서비스를 기대하는 비율이 높았다. 지식재산권과 디지털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신사업 기회에 대한 검토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계약불이행이 다수 발생하고 ‘올스톱’된 무역 및 투자건에 대한 분쟁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들은 ‘국제중재와 국제통상’ 법률 자문 수요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총선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답변들도 눈길을 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절반 이상을 석권하면서 대기업 법무팀은 ‘기업 지배구조’ ‘공정거래’ ‘준법경영’ 등 규제 관련 이슈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국내 톱 로펌 역량에 ‘신뢰’설문에 참여한 대기업 15개사 중 9개사는 현재 거래하는 로펌으로부터 필요한 자문을 ‘충분히 제공받고 있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나머지 6개사 중 5곳도 서비스 자체보다는 ‘비용과 서비스 제공의 범위’가 문제라고 답했다. 로펌의 ‘역량 부족’을 꼽은 곳은 하나도 없었다. 향후 위기 대응에 있어 법률 자문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6곳 중 3곳이 현재 거래 로펌과의 ‘협업 강화’를 꼽았다. ‘로펌 교체 및 다변화’를 선택한 기업은 1곳에 그쳤다. 국내 대기업들의 대형 로펌들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신뢰가 큰 만큼 대기업들의 의존도도 커지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들은 로펌업계에 ‘기업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 역량 강화’ ‘평범함을 뛰어넘는 아이디어’ ‘판례·사례에 대한 면밀한 분석 이상의 중장기적인 전략 마련’ 등을 주문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는 로펌들의 전략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