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에 대변화 요구한 새 금통위원들

취임식 하고 공식업무 돌입

조윤제 "통화정책으로 성장 뒷받침"
서영경 "추가 유동성 공급 필요"
주상영 "금융안정·경제 활력 역점"
고승범 "위기에 적극 대처"
신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21일 한국은행에서 취임식을 한 뒤 이주열 한은 총재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영경 위원, 주상영 위원, 이 총재, 조윤제 위원, 고승범 위원. 한은 제공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새로 합류한 4명의 위원이 21일 취임식을 하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이들은 취임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 상당한 만큼 전례없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일부 위원은 “한은이 유동성 공급을 위한 추가적 정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시장에선 한은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을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악의 경기 침체 국면”조윤제 신임 금통위원은 이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세계 경제는 큰 혼란에 휩싸였고 한국 경제는 그동안 지속된 구조적 변화로 상당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경제는 비상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으로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지낸 조 신임 위원은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생각’ 소장으로 재직했고 2017~2019년 주미대사를 지냈다.

1988년 한은에 입행해 2013년 한은 최초로 여성 부총재보에 오른 서영경 신임 위원은 “한은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역할에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며 “과거에 생각하기 어려웠던 0%대 기준금리와 ‘한국적 양적완화’, 증권사 직접 대출 등이 시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부진과 고용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전례없는 통화정책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며 “민간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추가 정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위원이 언급한 ‘유동성 공급 정책 방안’은 한은의 회사채·CP 인수를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주상영 신임 위원은 “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 국면에 직면했다”며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 안정과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 위원은 최근 언론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해 적극적인 통화·재정 정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평소 지론을 고려할 때 그가 금통위에서 한은에 더 과감한 유동성 공급 조치 등을 촉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 사상 처음으로 연임 기록을 세운 고승범 금통위원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어려움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며 “위기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6년 4월부터 금통위원으로 재직한 고 위원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으로 분류된다.다음달 금통위 금리 인하하나

금융시장에서는 새로 취임한 조윤제·서영경·주상영 위원이 매파인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인지 성향 분석에 착수했다. 새 금통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기준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금통위원 가운데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조동철·신인석 위원이 떠난 가운데 남은 고승범·임지원 위원은 매파로 분류된다.

신임 위원들의 성향은 금통위가 열리는 다음달 28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5월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 때 누가 ‘소수 의견’을 냈는지를 봐야 성향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신임 임원들이 한목소리로 “경기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어 전례없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 만큼 금통위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