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저작권 지분 쪼개 거래…뮤직카우 '콧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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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금융 첫 도입 정현경 대표“좋아하는 노래가 생겼나요? 그 노래의 지식재산권(IP)에 투자해보는 것은 어때요?”
바비킴 노래 등 작사 경험 후
저작권 지분 사고파는 상품 개발
돈 벌면서 좋아하는 가수 후원
70억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는 ‘IP금융’을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인 창업자다. 음악 저작권을 투자상품으로 개발해 개인도 저작권을 소유하고 수익을 얻는 상품을 내놨다. 창업 3년차에 매출 50억원, 회원 6만5000명을 확보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저작권료를 금융상품으로
정 대표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붐을 이끈 창업자 중 한 명이다. 1999년 온라인 교육업체 중앙ICS를 세우고 정부, 공공기관의 원격 교육을 위한 콘텐츠를 개발했다.
그가 음악 저작권에 주목하게 된 것은 노래에 가사를 붙이는 작사를 하면서부터다. “울랄라세션 ‘너와 함께’, 바비킴 ‘가슴앓이’ 등 총 7곡을 작사했어요. 매달 저작권 수익이 들어오는데 뚜렷한 경향성이 보이더군요.”저작권 수익은 곡을 등록하고 다섯 달 뒤부터 들어온다. 처음에는 꽤 큰 금액이 입금됐지만 6개월째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에는 초기보다 낮지만 일정한 수준의 수익을 냈다. 저작권이 안정 자산이라는 확신이 생기자 정 대표는 금융전문가 김지수 대표와 함께 시스템을 개발해 2017년 7월 첫선을 보였다.
이 상품은 뮤직카우가 창작자와 협의해 특정 노래의 저작권 일부를 사들이는 데서 시작한다. 이를 주식처럼 잘게 쪼개 경매에 부친다. 참여자들은 낙찰 가격에 따라 저작권 지분을 소유하고 향후 발생하는 저작권료 수익을 지분만큼 나눠 갖는다. 경매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업체와 원저작권자에게 절반씩 돌아간다. 보유한 저작권은 회원 간 재거래를 통해 현금화할 수도 있다.
가수 임창정의 ‘소주 한잔’은 최초 경매에서 주당 2만9000원에 낙찰됐지만 지금은 5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뮤직카우 측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경매 참여자의 연간 세전 수익은 평균 9.1%였다.
주요 고객은 K팝 팬과 새로운 금융상품을 찾는 투자자다. 팬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수의 작품 가치를 높여주고 직접 소유한다는 즐거움을 얻는다. 많은 팬들이 참여해 경매에서 예상치 못한 고가로 낙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이뤄진 그룹 워너원의 ‘뷰티풀’ 경매에선 첫 시작가가 2만5000원, 최종 낙찰가는 3만원대였지만 일부 팬들은 60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70억원 규모 투자 유치IP금융의 관건은 경쟁력 있는 IP를 확보하는 것이다. 사업 초기에는 저작권 거래라는 낯선 개념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창작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단옆차기, 박근태, 신사동호랑이 등 유명 작곡가 작품 경매가 입소문을 타면서 저작권 확보도 한결 수월해졌다.
정 대표는 “한국의 척박한 저작권 생태계를 개선하는 역할도 한다”고 자부했다. 지금의 저작권 수익 창출 구조상 창작자들은 좋은 곡을 만들어도 한번에 목돈을 얻기 어렵다. 저작권은 대출 담보로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정 대표는 “창작자들은 저작권 일부를 매각해 한번에 목돈을 얻을 수 있고 팬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수에게 직접 수익을 안겨준다”며 “음악 저작권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업계도 뮤직카우를 주목하고 있다. 뮤직카우는 지난달 LB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마이다스동아인베스트먼트, 아톤 등으로부터 70억원(시리즈B)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저작권 확보에 활용할 계획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