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반에 찍힌 주택 거래, 절반 '투기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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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합동조사 결과 보니#부부 사이인 A씨와 B씨는 시세 32억원의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샀다. 지분은 남편 A씨가 10%, 아내 B씨가 90%를 나눠 가졌다. 하지만 지분과 달리 A씨가 16억3000만원을, B씨가 15억7000만원을 부담했다. 국토교통부는 남편이 아내에게 13억1000만원을 편법 증여한 혐의로 국세청에 통보했다.
부부 지분 속여 편법 증여…법인 돈으로 전세금 상환
동생·부모 이름 빌리고 사업부지 산다며 아파트 매입
#부부인 C씨와 D씨는 시세 16억원짜리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12억원의 전세를 끼고 매수했다. 전세계약 종료 후에는 자신들이 대표자로 있는 법인 계좌에서 12억원을 빼내 임차인 보증금을 상환했다. 국토부는 법인자금 사적 유용을 의심해 국세청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정부가 증여세 탈루 목적의 부부 등 가족 간 거래와 법인 자금유용을 통한 주택 매수 등 불법 의심 사례를 대거 적발했다. 국토부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서울시, 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실거래 합동조사팀은 21일 ‘3차 실거래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조사 대상 투기과열지구 전체로 확대
합동조사팀은 이번에 조사 지역을 기존 서울 25개 구에서 투기과열지구 31개 지방자치단체로 확대했다. 지난 2월 출범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과 한국감정원의 실거래상설조사팀이 추가되면서 조사 역량이 강화됐기 때문이다.이들은 작년 11월까지 신고된 공동주택 거래 1만6652건 중 추출한 1694건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현재까지 95%(1608건) 조사가 완료된 상황에서 편법증여 및 탈세의심 사례가 835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대출규정 위반 75건, 부동산 거래신고법 위반 11건, 명의신탁 의심 사례 2건을 찾아내 국세청과 행안부 등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최근 탈세 및 대출규제 회피에 이용된 것으로 보이는 법인의 이상거래를 집중 점검한 결과 위반 의심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말했다.
제조업체 E법인은 사업부지 구입 목적으로 기업자금 15억원을 대출받은 뒤 서울 마포구에 22억원 상당의 주택을 구입했다. 국토부는 이를 법인대출 용도 외 유용으로 의심하고 있다. 명의신탁 의심 사례도 있었다. 2016년 동생 F씨 명의로 4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할 때 언니 G씨가 90%를 지불했다. 3년 뒤인 지난해 이 아파트는 5억8000만원에 팔렸고, 매각대금 5억5000만원이 G씨에게 이체됐다. 국토부는 이를 명의신탁으로 보고 경찰청에 통보했다.
H씨는 경기 성남시 분당의 10억원짜리 주택을 매수하면서 부모에게 돈을 빌렸다. 이후 H씨는 빌린 돈을 갚았다고 소명했지만, 부모가 이자를 받은 내역이 없었다. 국토부는 편법증여 등의 혐의로 국세청에 통보했다.집값 담합도 조사, 11건 형사입건
국토부는 지난 2월 착수한 집값 담합 조사 중간 결과도 이날 발표했다. 김영한 토지정책관은 “166건을 조사했으며 혐의가 입증된 11건을 형사입건했다”며 “55건은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고 100건에 대해 조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적발된 집값 담합 건은 담합을 유도하는 안내문이나 현수막을 내걸었거나, 온라인 카페 등에 담합을 유도하는 게시글을 게재한 사례다. “직전 신고가 대비 5000만원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아야 한다”, “X부동산에 절대 물건 주지 맙시다. Y부동산에 5억원 이상으로 내놓으세요” 등이 대표적이다. 또 부동산 공동 중개를 방해한 사례도 있었다. 집값 담합 행위가 인정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최진석/장현주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