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넘게 사라진 김정은…이번엔 진짜 중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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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중태說" 진위 주목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지면서 그 진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4월 집권 이후 3~4주가량 공개활동에 공백이 생길 때마다 어김없이 ‘중병설’ ‘뇌사설’이 돌았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북한에 특이 동향은 없다”고 밝혔지만, 외교가 안팎에선 김정은이 최근 심혈관계 수술 또는 시술을 받았을 것이란 관측에 일단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다만 북한에 대한 정보 접근이 제한된 탓에 이번 건강이상설 역시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집권이후 태양절 행사 첫 불참
최고인민회의도 참석 안해
열흘 넘게 사라진 김정은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이 본격 제기된 것은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의 108주년 생일인 ‘태양절’에 열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식에 김정은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부터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에 앞서 12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도 불참했다. 김정은의 마지막 공개활동이 포착된 것은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열흘 이상 김정은의 공개활동이 멈춰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달 21일 전술지대지 미사일 사격훈련을 참관한 뒤 박격포 사격 훈련을 지도한 이달 9일까지도 3주가량 공개활동에 나서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지방으로 내려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김정은의 신변에 이상설을 제기할 만큼 징후가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이 심혈관 질환 수술을 받아서 위독한 상황에 있다는 게 북한에 정통한 사람의 얘기”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은 2014년 실제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김정은이 2014년 9월 3일 이후 장기간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자 각종 추측이 제기됐다. 이후 40여 일이 지난 그해 10월 14일 지팡이를 짚고 현장 지도를 하는 사진이 북한 관영 매체에 보도됐다. 며칠 뒤 국가정보원은 김정은이 발목 낭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김여정 권력 전면에…권력 승계 대비?
외교가 일각에선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근 북한 내 권력 전면에 재등장한 것이 김정은의 유고 사태에 대비한 이른바 ‘백두혈통’ 권력 승계 작업의 일환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11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회의를 하고 김여정을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했다. 정치국은 당 우위 국가인 북한에서 각종 정책과 인사를 결정하는 최고 권력 조직이다. 김여정은 청와대를 향해 “저능하다”고 비판하는 등 대남 공세에 직접 나서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 내용을 공개하는 등 정치적 입지를 넓히고 있다. 김여정이 향후 북한 대내 정책은 물론 대남·대미 등 외교 정책에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이 맞다면 그의 회복 여부에 따라 북한 권력구도 재편을 둘러싼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일성, 김정일로부터 내려오는 1인 집권체제 기반이 흔들리면서 김여정으로의 권력 세습이 지연되고, 군 세력 간 또는 친중·친러 정치세력 간 권력다툼으로 체제 붕괴까지 맞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청와대 “김정은 신변 이상없다”
청와대는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이날 “확인해줄 내용이 없으며 북한에 전혀 특이 동향이 없다”고 일축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다. 김정은이 12일 향산 진료소에서 심혈관계 시술을 받았다는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 보도와 “심혈관계 수술 후 위독한 상황”이라고 전한 CNN 보도를 모두 부인한 것이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정은 건강에 특이 징후는 나타난 것 같지 않다”는 내용의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다른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이 11일 정치국 회의 주재 뒤 원산 지역에 머물고 있다는 정보도 수집됐다.
다만 북한 내에서조차 김정은과 관련한 소식이나 정보가 통제되는 만큼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이 김정은 신상에 대한 소식을 전하기 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혹시 모를 북한 권력구조 및 체제 변화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