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상업화랑서 보는 한국 근현대미술사

갤러리현대 개관 50주년 특별전 '현대 HYUNDAI 50'
국내 최초 상업화랑으로 꼽히는 갤러리현대가 개관 50주년을 맞았다. 갤러리현대는 1970년 4월 4일 당시 20대였던 박명자 회장이 인사동 사거리에서 현대화랑을 열면서 출발했다.

고서화 중심이던 인사동 화랑가에서 박 회장은 개관 초부터 천경자, 박수근, 이중섭 등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무명이던 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됐고, 현대화랑도 굴지의 화랑으로 성장했다. 앞서 문을 연 국내 화랑들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 현대화랑은 국내 최고(最古) 상업화랑이 됐다.

또한 미술품 거래를 중개하는 현대적 의미의 화랑 역할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1975년 사간동으로 이전한 현대화랑은 1987년 갤러리현대로 이름을 바꿨고, 1995년 신관을 열었다. 갤러리현대 50년은 한국 현대미술사와도 많은 부분 겹친다.

다음 달 12일 일반 관람객에 문을 여는 개관 50주년 특별전 '현대 HYUNDAI 50'에 한국 대표 작가들 작품이 넘치는 이유다.

김환기 '우주'(1971년)는 지난해 홍콩 경매에서 132억원에 낙찰되며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운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 공개된다. 1993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은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의 대형 TV조각 '마르코 폴로'도 전시된다.

박수근의 '골목 안'(1950년대)과 '두 여인'(1960년대), 이중섭의 '황소'(1953~1954)와 '통영 앞바다'(1950년대) 등 '국민화가' 반열에 오른 작가들도 만난다.

다음 달 31일까지 사간동 본관, 신관에서 이어지는 특별전 1부는 이들을 비롯해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40명의 70여점을 선보인다.

본관에는 권옥연, 김상유, 도상봉, 문학진, 박고석, 변종하, 오지호, 윤중식, 이대원, 임직순, 장욱진, 최영림 등 서양화들 구상미술이 전시된다.

김기창, 변관식, 성재휴, 이상범, 장우성, 천경자 등 동양화 거장도 나왔다.

천경자가 갤러리 개관 선물로 전달한 '하와이 가는 길'(1969) 등 역시 대부분 갤러리와 인연이 있는 작품들이다.

신관에서는 곽인식, 권영우, 김기린, 김창열, 남관, 류경채, 문신, 박서보, 서세옥, 신성희, 유영국, 윤형근, 이성자, 이승조, 이우환, 이응노, 정상화, 존배, 한묵 등 한국 추상미술 계보를 본다.

1972년 이중섭 회고전 방명록, 백남준이 직접 사인해 보낸 신문 기사와 원고를 비롯해 각종 전시 팸플릿과 초대장, 갤러리가 1970년부터 발간한 미술전문지 '화랑' 등 각종 자료도 전시된다.

박명자 회장 아들인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시 작품 하나하나를 갤러리와의 소중한 인연을 고려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50년을 부모님이 잘 이끌어오셨는데 앞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로도 확장해서 더 공격적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갤러리현대와의 인연이나 미술사적 의의를 떠나서라도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흔치 않은 기회다.

6월 1일부터 7월 19일까지인 2부 전시는 1990년대 이후 갤러리현대가 소개한 국내외 작가 40여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갤러리현대는 특별전 외에 50주년을 기념해 홈페이지를 새롭게 꾸며 한국미술에 관한 영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체 온라인 뷰잉룸을 개설한다. 또한 50년간 축적한 아카이브 자료를 무료로 공개하고, 6월에는 50주년 기념서를 출간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