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효과 만점' 광고 마케팅…제품 아닌 이야기 팔아라

스토리노믹스
에너지음료 레드불의 광고에는 제품 설명이 없다. 산악자전거가 미국 유타주 버진의 가파른 산봉우리를 질주한다. 폭이 30㎝ 남짓한 길을 내달릴 때 시청자들은 감정이입을 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트랙 중간에 구멍을 뛰어넘기 위해 도약하는 순간, 긴장감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산악자전거가 단단한 땅에 착지해 안도감이 밀려오는 찰나에 레드불 브랜드가 화면에 나타난다. 스토리를 통한 브랜딩이다. 주요 소비자인 15~25세 남성들은 편의점 냉장고 문을 열 때 음료 성분을 따지지 않는다. 긴박한 감정을 상기하면서 레드불을 선택할 뿐이다.

스토리텔링의 대가 로버트 맥키와 토머스 제라스는 《스토리노믹스》에서 “디지털 생태계에서는 ‘광고 중심 마케팅’에서 벗어나 ‘이야기 중심 마케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저자들에 따르면 제품 자체에 집중하는 광고는 끼어들기와 속임수로 관객의 즐거움을 방해한다. 유튜브를 볼 때 광고를 건너뛰는 이유는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하고 불쾌감마저 주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붙잡고 의미 있는 정서적 경험으로 보상해준다. 잘 짜인 이야기는 관객의 감정이입으로 ‘동일시 효과’를 불러온다. 관객이 자아의식과 주인공을 연결하는 순간 의심은 사라진다. 이성적 메시지를 감정으로 포장해 전달하는 소통 양식이 바로 이야기다. 오늘날 구독자 중심의 넷플릭스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무광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각광받는 것도 이야기를 원하는 대중의 욕구와 닿아 있다.

저자들은 스토리를 활용해 브랜드 친밀감을 강화하고, 디지털 마케팅과 결합해 더 많은 대중에게 확산하는 방안을 소개한다. 삼성, 애플, 도브, 나이키 등이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브랜드를 확장한 사례들을 분석하고, 이상적인 스토리 마케팅의 설계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한다.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이 전통적인 광고를 뛰어넘어 수익을 창출한 사례들도 제시한다.

저자들은 “미래에는 기업들이 광고를 위해 신문이나 방송 등을 선택하기보다 자체 플랫폼에서 브랜드 스토리를 생산해 스트리밍하는 데 훨씬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승민 옮김, 민음인, 320쪽, 1만8000원)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