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혁신장터'는 혁신기업의 성장사다리

'先구매 後개발' 조달방식 활성화
혁신성장 생태계 기반 다질 것

정무경 < 조달청장 >
혁신적 기술의 융·복합이 일상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공공조달 분야에서도 새로운 역할을 요구한다. 공공조달도 기술 경계가 없어지고 제품과 서비스가 융합되는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미래지향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조달정책을 시도해야 한다.

조달청은 지난 2월 범부처 혁신제품 통합 포털인 ‘혁신장터’(ppi.g2b.go.kr)를 개통했다. 혁신 수요 발굴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제품·기술을 연결하는 온라인 공간이다. 기존의 조달이 시판되는 제품 중에서 구매를 한다면, 혁신장터에서는 수요자의 제안에 따라 기술을 개발하는 ‘선구매 후개발’의 조달 방식이 포함된다.혁신장터의 효과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적용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달청은 코로나19로 인해 격리치료의 필요성의 커지는 상황에서 지난해 혁신 시제품으로 지정된 ‘스마트 음압격리 모듈’ 구매 계약을 혁신장터를 통해 추진해 긴급 수요에 대응했다. 이 제품은 테스트 기관인 국군의무사령부 관할 춘천병원 등 6개 군 병원에서 선별진료소로 활용해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다.

지난해 ‘혁신지향 공공조달’의 일환으로 추진된 ‘혁신 시제품 구매사업’은 혁신장터에서 공공기관으로 확산되고 있다. 혁신장터를 통해 정부가 융·복합 제품, 연구개발 제품 등 상용화 전 혁신제품의 첫 번째 구매자가 되며 ‘실험실에서 시장으로’의 패러다임이 구현된다. 특히 혁신장터 내 ‘혁신 수요·공급 커뮤니티’에서는 공공 서비스 개선을 위한 공공기관의 문제 제기와 기업의 혁신제품 공급 제안이 가능하고, 전문가를 통해 수요와 공급 간 연계를 지원한다.

한국공항공사의 스마트카트 수요 제시, 민간 전문가와 기업의 맞춤형 솔루션 제안이 좋은 사례다. 매년 여객용 카트 분실로 골머리를 앓던 공항공사는 혁신 수요·공급 커뮤니티에 수요자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관련 민간 전문가는 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인 비콘, 와이파이를 활용해 위치 추적이 가능한 스마트카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공항공사는 이를 받아들여 혁신기업과 납품계약을 맺고 공항에 배치하기로 하면서 수요자와 기업 모두 동반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혁신장터는 이처럼 혁신상품의 수요 제시·제품 등록·원스톱 거래가 가능한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돼 공공기관의 혁신 수요를 발굴하며 혁신기업을 위한 성장사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정부는 혁신조달 수요 발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현장에 숨은 혁신 수요를 발굴하고 있다. 혁신조달 성공의 관문인 혁신장터는 4차 산업혁명이란 거대한 파도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혁신성장을 싹트게 하는 아이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