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장관 만나고도 '낯빛 어두운' 정유업계

현장에서

"석유 너무 오래 보관해 색이 변하고 있는데…"

진짜 필요한 세금관련 지원없이
비축시설 임대료 인하 등 미봉책

이선아 산업부 기자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왼쪽)과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이 22일 서울 서린동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정유업계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회의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국내 정유 4사 최고경영자(CEO)가 한자리에 모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간담회 자리였다. 분위기는 시작 전부터 무거웠다.

정유업계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늦은 데다 이날 산업부가 내놓은 대책도 위기 상황의 정유업계엔 아쉬운 수준이란 사실이 회의 전에 알려졌기 때문이다.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간담회 전 김효석 대한석유협회장에게 “재고를 너무 오래 보관해서 색깔마저 변하고 있다”고 속삭였다.

성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정유업계 지원책으로 한국석유공사 비축시설 대여료 한시 인하와 석유관리원 품질검사 수수료 2~3개월 납부 유예 등을 주로 담은 지원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정유업계는 주무 장관이 발표한 내용치곤 아쉽다는 눈치였다. 지난 1분기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손실이 3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석 달간 30억~40억원 정도 하는 비축시설 임대료를 깎아주고, 두 달간 국내 정유 4사 다 합해도 20억원가량인 품질검사비를 납부 유예시켜주는 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조 사장은 회의에서 “산업부가 나서줘서 힘이 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세금과 관련한 지원”이라며 “우리도 자구 노력을 더 강하게 하겠지만, 산업부가 관련 부처나 국회와의 협의를 통해 이런 부분에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정유업계는 액화석유가스(LPG) 수입부과금과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낮춰 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정부에 전달했지만 정작 정부 대책엔 담기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업계 대표로 나선 김 회장은 “대책이 대개 한두 달 정도 단위로 나오고 있는데,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최소한 6월까지는 해 줘야 한다”고 건의했다. 성 장관은 이날 “정유업계 건의 사항을 유관 부처와 긴밀히 소통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성 장관의 이런 발언이 실현되길 기대해 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