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재난지원금 '이상한 절충'…"전 국민에 주되 고소득층은 기부 유도"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가운데)이 22일 국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박찬대 원내대변인, 오른쪽은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사실상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을 주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지급 대상에 새로 포함되는 소득 상위 30%의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자발적 기부 형식으로 환수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지원 대상 확대에 따른 재정 악화의 책임을 특정 계층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사회지도층과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재정 부담을 감당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자발적으로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국민에 대해서는 법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납한 지원금을 기부금으로 인정해 연말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정세균 국무총리는 조 의장 기자회견 직후 낸 입장문에서 “코로나지원금과 관련해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가 가능한 제도가 국회에서 마련된다면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겠다”며 “여야가 이 같은 방안에 합의한다면 수용하겠다는 뜻을 민주당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성환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전날 SNS에서 코로나지원금 지급 대상 확대와 관련해 “소득 여력이 있는 계층을 상대로 기부 캠페인을 하자”고 주장했고, 원혜영 의원 등 일부 의원이 공감을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비상경제회의에 앞서 청와대 참모들과 만나 코로나지원금 문제에 대해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은 지원금 지급 확대로 인한 적자국채 발행 가능성을 재차 우려했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추가 재정 소요를 고려하면 적자국채 발행은 안 된다”며 “지급 액수와 범위를 당정이 (명확히) 합의하라”고 요구했다.
코로나지원금 '자발적 반납' 꺼낸 與
70%만 주자는 통합당 받아들일까정부와 여당이 고소득층 기부 방안을 담은 긴급재난지원금 절충안을 마련했지만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고소득층이나 사회지도층이 얼마만큼 기부할 것인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재정 악화 우려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당정이 결국 최종 결정을 야당에 미루는 방식을 취해 미래통합당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 선의에 기대는 것인데 기부를 확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기부자는) 기부라는 좋은 취지를 달성하면서 연말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며 “국민적인 나름의 역량과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맞는 도덕적 의무)’를 언급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3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1400만 가구에 5월께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코로나지원금 지급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4·15 총선을 1주일가량 앞둔 지난 6일 “소득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당·정·청 회의에서 민주당 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전 국민에게 지급할 경우 약 3조원의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3조원 추가 재정 소요에 대해 명확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재정 악화보다는 고소득층 지급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을 의식한 조치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졸지에 공을 넘겨받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날 당정 절충안에 대해 “여야가 이 같은 방안에 합의한다면 수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이날 홍 부총리에게 전화로 “당정이 계속 엇박자를 내거나 대치하는 모양새는 국민이 불편해한다”며 직접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통합당 정책위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소득 상위 30%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주기 위해서 나라 빚까지 내는 것은 안 된다”며 하위 70%에게만 주기로 한 정부 원안에 찬성 입장을 밝혀 당내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임도원/김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