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여권 발목 잡은 성추문…3전4기 오거돈 울먹이며 불명예 퇴진

성추문으로 현직 광역단체장 낙마
오거돈 "남은 삶 참회하면서 살겠다"
피해 여성 2명 이상이라는 풍문도
안희정·정봉주·원종건 등 여권 성추문 끊이지 않아
오거돈 부산시장이 전격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역주의 벽을 허물고 3전4기 만에 당선된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23일 자진사퇴했다. 성추문으로 현직 광역단체장이 자진 사퇴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오 시장은 지난 2004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첫 도전장을 내민 뒤 지난 2014년까지 시장선거에서만 3번 낙선했었다.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 여성과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남은 삶을 참회하면서 살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기자회견 도중 잠시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퇴 이유에 대해 오 시장은 "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한 사람에 대한 저의 책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 한 사람과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시간 동안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이런 잘못 안고 시장직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부산시장 도리 아니라 생각했다"며 "모두 제가 짊어지고 용서를 구해나가겠다.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피해자분들께 사죄드리고 남은 삶 동안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했다.그러면서 "피해자 분께서 또 다른 상처 입지 않도록 언론인을 포함해 시민 여러분들이 보호해달라. 모든 잘못은 오로지 제게 있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이 2명 이상이라는 풍문도 돌고 있다.

앞서 오 시장은 21대 총선 투표 전날 연가를 사용해 휴식을 취했고, 총선 당일 투표도 비공개로 했다. 이후 사퇴설이 흘러나오자 일각에선 위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오 시장이 건강 문제 때문에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었다.한편 여권에선 성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정봉주 전 의원, 민병두 의원 등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의혹에 휘말렸다. 안 전 지사는 해당 의혹으로 구속까지 됐고, 정 전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민 의원은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가 철회해 야권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내연녀 폭행·감금' 의혹으로 민주당 성남 시의원이 자진 사퇴했고, 1월에는 민주당 2호 영입 인사인 원종건(27) 씨의 '미투 의혹'이 제기됐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오거돈 시장 입장 전문.저는 오늘부로 시장직을 사퇴합니다. 시민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350만 부산시민들과의 약속을 이루지 못해 송구함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 한 사람에 대한 저의 책임이 또한 너무 크기에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됐다고 고백합니다.

저는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습니다.

해서는 안 될 강제 추행으로 인식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경중에 관계없이 어떠한 말로도 어떠한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러한 잘못을 안고 위대한 시민들께서 맡겨주신 시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부산시장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어려운 시기에 정상적인 시정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용서를 구하면서 나가고자 합니다.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피해자분들께 사죄드리고 남은 삶 동안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아울러 시민 여러분의 기대를 저버린 과오 또한 평생 짊어지고 살겠습니다.

한 가지만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피해자분께서 또다른 상처를 입지 않도록 언론인을 포함해 시민들께서 더 보호해 주십쇼. 모든 잘못은 오로지 저에게 있습니다.

3전 4기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이 된 이후 사랑하는 부산을 위해 참 잘 해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너무나 죄송스럽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부산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한 사람으로 기억해 주십쇼. 시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