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선방에도 웃지 못한 SK하이닉스

영업이익 8003억원 기록

서버용 D램 판매 호조로
시장 전망치보다 웃돌았지만
작년 동기대비 41% 감소

"향후 실적 전망은 무의미"
“미국과 중국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상 영업을 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것조차 도전적인 환경입니다.”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차진석 담당(부사장)이 23일 1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꺼낸 얘기다. 지난 1분기는 서버용 제품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시장 예측보다 나은 성과를 냈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날 SK하이닉스는 1분기 연결 기준으로 7조1989억원의 매출과 8003억원의 영업이익, 649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6.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1.4%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는 훌쩍 뛰어넘었다. 실적 발표 직전 증권사들이 추정한 영업이익 평균값 5091억원을 50% 이상 웃돌았다. 지난해 1분기 5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던 D램(DDR4 8Gb 2133MHz 기준) 가격이 3달러 이하로 떨어졌음을 감안한 예측이었지만 이를 뛰어넘었다.

서버용 제품이 예상보다 잘 팔렸고 수율 향상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도 상당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분기는 비수기였지만 D램 출하량이 전 분기보다 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스마트폰 수요는 감소했지만 서버용 제품이 이를 상쇄했다. 낸드플래시 출하량도 전 분기보다 12% 증가했다.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1분기 영업이익을 순수한 영업활동의 결과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줄면서 늘어난 수치상 영업이익이 180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매 분기 말 재고자산을 평가해 손실 처리한다. 회사 측은 수율이 높아지면서 제조원가가 내려간 반면 반도체 판매 가격은 소폭 올라 손실 처리한 금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환율 효과도 상당했다. 원화 약세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700억원 안팎이다.

문제는 2분기 이후다. SK하이닉스 임원들은 향후 시장 상황에 대해 “코로나19 여파로 연간 시장 전망이 불가능하고 실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실적의 버팀목인 서버용 제품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올해 시설 투자를 축소하는 기존 계획을 유지한다고도 했다. 무리해서 시설 투자를 늘릴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들도 올해 반도체 시장을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반도체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3%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출하량이 2018년보다 6% 감소한 데 이어 2년 연속으로 시장이 쪼그라들 것이란 관측이다. 2년 연속으로 출하량이 감소하는 것은 반도체산업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