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시민기자들' 행방묘연 우한 시민기자 "격리 당해"

리쩌화 근황 전했지만, 천추스·팡빈 등은 여전히 행방불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을 취재하다가 실종됐던 중국 시민기자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고 홍콩 명보 등이 23일 보도했다. 명보 등에 따르면 관영 매체인 중국중앙(CC)TV 사회자로도 활동했던 시민기자 리쩌화(李澤華)는 사망자가 넘쳐나 일손이 부족한 우한 내 장례식장의 실태 등을 취재하다가 지난 2월 말 실종됐다.

당시 그가 마지막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은 자신을 체포하려는 사복 경찰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두 달 동안 소식을 알 수 없었던 리쩌화는 전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을 통해 근황을 전했다. 이 영상에 따르면 그는 2월 말 공안(경찰)에 의해 우한 내 한 파출소로 끌려갔으며, '공공질서 문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24시간 철야 조사를 한 경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격리 처분을 내렸다.

이에 그는 우한의 한 호텔에서 14일 동안 격리 생활을 한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14일 동안 격리 생활을 해야 했다. 격리 기간에 리쩌화는 개인용 컴퓨터도 사용하지 못한 채 감시를 받았지만, 음식과 휴식 시간 등이 주어지는 '문명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계획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미약하다.

오로지 정밀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지켜 진실로 그 중도를 붙잡아야 한다'는 경전의 한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리쩌화는 근황을 전했지만, 다른 시민기자인 천추스(陳秋實)와 팡빈(方斌)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다.

우한의 암울한 실태를 전하고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영상을 올렸던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는 지난 2월 초부터 연락이 끊겼다.

의류 판매업자 출신의 시민기자 팡빈은 우한의 한 병원 밖에서 코로나19로 숨진 환자들의 시신을 담은 자루로 가득 찬 승합차 영상과 '독재 비판' 영상 등을 올린 뒤 역시 실종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