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점유율 키운 기업들…주가도 '승승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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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1분기 턴어라운드한번 정해진 시장 점유율을 뒤집는 것은 쉽지 않다. 시장이 위축되면 1등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진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자신들만의 무기로 오히려 점유율을 높이는 업체가 생기고 있다. 경쟁사의 생산 차질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점유율 확장의 ‘기회’로 만든 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도 재평가받고 있다.수요 줄었는데 점유율은↑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하이트진로는 올 1분기 31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영업이익도 340억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직장인 회식 시장을 장악했던 ‘테슬라(테라+참이슬)’가 가정 시장까지 넘어온 것이 주효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체 주류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하이트 진로의 맥주 시장 점유율은 40%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하며, 진로이즈백의 선전으로 소주 시장 점유율도 이미 60% 중반에 육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는 오비맥주가 차지하고 있는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경쟁사인 오비맥주는 충북 청주공장 생산을 4주간 중단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실적 호전 덕분에 하이트진로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0.24% 뛰었다.
맥주 시장 점유율 40% 육박
3위 LG유플러스 '역전 기회'
교육 콘텐츠 '아이들나라' 인기
IPTV가입자 1년만에 10% 늘어
통신업계 3위였던 LG유플러스에도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LG유플러스 인터넷TV(IPTV)는 키즈 콘텐츠에 강점이 있다. 유아·어린이 교육 콘텐츠 ‘아이들나라’가 부모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데다 넷플릭스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방학이 길어지면서 올 2월 말 기준 LG유플러스 IPTV 가입자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0%로 SKT(8%), KT(5%)보다 높았다.
경쟁사 반사이익도경쟁사가 조업 차질을 빚으면서 반사이익을 본 경우도 있다. 올 1분기 오리온의 영업이익은 913억원으로, 전년 동기(773억원) 대비 18%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시장의 변화는 드라마틱했다. 오리온이 공개한 월간 실적을 단순 합산한 1분기 중국 시장 영업이익은 4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늘었다. 중국에서는 오감자와 예감 등 감자 과자가 인기다. 가장 큰 경쟁사는 감자칩 레이즈를 만드는 미국 펩시코다. 이 회사는 중국 우한에 공장을 두고 있다. 펩시코가 코로나19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오리온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줄었던 점유율을 코로나19로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덕분에 오리온 주가는 올 3월 들어 꾸준히 상승 흐름을 타 23일 12만4500원으로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번 잡은 주도권은 쉽게 뺏기지 않는다”며 “최근 주가가 올랐으나 글로벌 동종 업계 대비 여전히 저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이 대대적인 세일에 나설 정도로 코로나19로 스포츠 웨어 시장도 빠르게 위축됐다. 반면 신발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인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지난 1분기 영억이익은 131억원으로, 전년 동기(92억원) 대비 39%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빠른 납기와 생산성 향상, 선제적인 자동화 투자로 아디다스 내에서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생산하는 제품 비중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위축될 줄 알았던 시장 성장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담배 소비량은 늘었다. KT&G에 따르면 1분기 일반 담배와 전자 담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 여행이 불가능해지면서 면세점 매출은 줄었지만, 일반 채널 판매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올 1분기와 2분기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 양판점도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던 분야 중 하나다. 하지만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전체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전 판매량이 줄었지만 PC와 TV 온라인 구매는 늘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하이마트는 전년 동기 대비 온라인 매출이 60% 이상 증가하면서 온라인으로의 구조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PC와 TV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에어컨 매출만 돌아선다면 주가 상승의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