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모범국' 싱가포르의 추락

개학 강행·이주노동자 집단감염
방심하다 20일 만에 10배 폭증
한때 방역 모범국이라고 평가받았던 싱가포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23일 1037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1만1178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말 누적 확진자는 926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도부의 방심이 20여 일 만에 열 배 이상 폭증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1주일의 봄방학을 마친 지난달 23일 새 학기에 정상 개교를 단행했다. 개학 이틀 만에 한 유치원에서 교사 등 20여 명의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외국인 근로자 기숙사의 집단감염은 전체 감염자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다. 싱가포르에는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에서 온 20만여 명의 근로자들이 조선소, 청소업체 등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43개 기숙사에서 한 방에 많게는 10명씩 뭉쳐 살고 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21일 국내 대부분 사업장을 폐쇄하는 봉쇄 조치를 기존 5월 4일에서 6월 1일까지 4주간 연장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국처럼 정보기술(IT)을 최대한 활용해 감염자 동선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싱가포르 사망자는 이날까지 12명으로 치명률은 0.1%에 그치고 있다. 공격적인 검사로 확진자는 많지만 의료 인프라 수준이 높아 사망률은 낮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2월 선제적으로 진단부터 치료까지 무료로 진행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국민과 영주권자는 물론 이들이 고용한 외국인까지 정부가 관련 비용을 부담하고, 자가 격리 시 하루 100싱가포르달러(약 70달러)를 지원해 모범 방역국가로 주목을 끌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