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요양시설 절반 행정처분 피해…복지부 늑장대응 탓"

감사원 '노인요양시설 운영·관리실태' 보고서
노인 학대 사건이 발생한 노인요양시설 가운데 절반 이상은 보건당국의 관리 소홀로 행정처분을 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23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노인요양시설 운영 및 관리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7∼9월 노인요양시설 운영 실태와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 업무를 점검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전국 지자체 116곳이 장기요양기관의 노인 학대 사례 287건을 통보받고 이 중 45.6%(131건)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 중 75건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업무정지·지정취소 처분이었고, 나머지 56건은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한 개선 명령이나 경고 조치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분이었다.

전체 노인 학대 사례 중 절반이 넘는 50.5%(145건)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다.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사유로는 '일회성이거나 경미한 사례'(58건)가 가장 많았고, '정서적·경제적 학대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23건)가 뒤를 이었다. 이처럼 행정처분이 저조한 것은 보건복지부가 이런 문제를 알고도 관련 제도를 '늑장개선' 하는 등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복지부는 2016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행정처분이 사안의 경중에 대한 고려 없이 업무정지와 지정취소로만 돼 있고, 정서적·경제적 학대에 대한 제재 근거가 없다며 이듬해까지 행정처분 기준을 개선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7년 9월 위반정도를 일률적으로 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행정처분 기준 세분화를 중단했고, 정서적·경제적 학대 처분 기준은 작년 6월에서야 마련했다. 또한 노인 학대 관련 행정처분 근거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사회복지사업법 모두에 규정돼 있고, 처분 기준도 제각각이어서 지자체의 법령 적용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었다.

감사원은 복지부에 주의를 요구하고 행정처분 규정을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이와 함께 노인요양시설이 가입한 보험 현황을 살펴본 결과 115곳이 적립금 계정으로 보험상품에 가입하고서 수익자를 시설이 아니라 시설 대표자나 대표자 자녀 등 특정 개인으로 지정해 10년 동안 보험료 142억원을 납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요양시설의 부채 규모 관리·감독도 부실했다. 노인복지법 등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은 저당권을 설정하려면 시설설치를 위한 목적일 때만 가능하고 시설부채비율도 80% 이하여야 하지만, 감사원이 점검한 209개 시설 중 33곳(15.8%)은 시설 지정 당시부터 시설부채 비율이 80% 이상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