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수익, '기소전 몰수' 가시화…규정 신설 추진

법무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해 '독립몰수제' 조항 넣을 듯
정부가 23일 이른바 'n번방' 사건 등과 같은 디지털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독립몰수제' 도입 방안을 제시하면서 향후 이 방안이 어떻게 제도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독립몰수제는 검찰 내부에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수익구조를 만들며 기업화한 범죄를 막으려면 유죄 판결 없이도 범죄수익 몰수가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논의돼 왔다.

대검찰청은 2018년 2월 반부패·강력부 산하에 범죄수익환수과를 설치하는 등 의지를 보였다. 당시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씨와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의 불법수익 환수 여론도 컸던 때였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같은 해 10월 법무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범죄수익 추징금은 약 26조4천992억원인데, 이중 1천106억원만 환수돼 환수율이 0.42%에 불과했다.

대검 범죄수익환수과는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 등 전국 일선 검찰청의 자금세탁 범죄 수사 및 범죄수익 환수 업무를 총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박사방' 사건에도 투입됐다.

대검은 그간 독립몰수제 도입을 위해 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해왔다.

그러던 중 이번에 디지털 성범죄 확산을 계기로 독립몰수제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법무부는 20대 국회에서 의원입법 방식으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개정해 독립몰수 규정을 담을 예정이다.

몰수를 형의 한 종류로 규정하고 있는 형법 개정 대신 특례법에 규정을 신설하는 쪽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하거나 사망한 경우 기소나 유죄 판결 없이도 몰수·추징을 따로 청구해 법원이 결정하도록 하고, 범행 기간에 취득한 재산도 범죄수익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형사 절차상 공소제기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고 해도 범죄 예방 또는 범죄로 얻은 이익을 박탈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독립몰수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향후 국회에서 개정안이 논의되면 공소시효 완성 등 경우에도 독립적으로 몰수가 가능한지 등 몰수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독립몰수 절차를 특례법으로 만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