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 구루들의 '코로나 성적표' [여기는 논설실]

'최고'는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간 헤드
'최악'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창립자

콜라노비치 "내년 상반기 사상 최고 회복"
하워드 마크스 "지금은 방어적 자세 풀 때"
※ 이 글은 4월14일자 한경 A35면에 게재된 천자칼럼(체면 구긴 ‘월가의 고수들’)을 업데이트‧보완한 것입니다. 지면 한계로 담지 못한 내용과 변화된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코로나19 쇼크’로 글로벌 증시 조정이 본격화된 지 두 달이 넘었습니다. 2월 하순부터 3월 하순까지 약 한 달간 최악의 조정을 받았던 증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과감한 통화정책 등의 영향으로 안정세를 찾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언제 다시 폭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아직 남아있는 게 사실입니다. 2월 하순부터 시작된 한 달 간의 증시 하락은 그 속도와 폭이 사상 최악이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책과 언론 인터뷰로 주로 접하는 세계적 투자 ‘구루’(스승)들 가운데서도 “이번과 같은 일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상당수입니다.

그런 만큼 이들의 ‘성적’도 크게 차이가 났습니다. 세계적 ‘투자 전설’들의 ‘코로나 투자 성적표’와 증시 전망을 정리해 봤습니다.

① 베스트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간 헤드/트위터
요즘 미국 월가에서 가장 ‘핫’한 젊은 구루로 꼽히는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간 글로벌 퀀트 헤드입니다. 급변기에 남들 보다 한 발 앞서 가장 정확하게 흐름을 예측해 투자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지 않았을 2월 중순에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로볼주(별 다른 조정 없이 꾸준히 오르는 주식) 헬스케어 등 경기방어주에 거품이 끼었다”며 “이 거품은 곧 터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로부터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코로나19발(發) 증시 조정이 시작됐지요. 반등 타이밍도 정확하게 맞췄습니다. 콜라노비치 헤드는 S&P500이 최저 수준에 도달했던 지난달 24일 고객 서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를 보면서 S&P500이 예상보다 빠르게 40%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후 실제로 시장은 안정세를 찾아 S&P500의 경우 지난달 23일(현지시간)부터 지난 23일까지 27.71% 올랐습니다. 이로 인해 몇몇 국내 펀드 매니저들은 “거의 예언가 수준”이라며 놀라워하기도 했습니다.

콜라노비치 헤드의 시장 전망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그는 최근 고객서한에서 “내년 상반기 중 S&P500이 사상 최고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Fed가 주식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일시적 실적악화가 가져올 부정적 효과보다 더 클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② 나쁘지 않지만 아쉬운…

‘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이번 조정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현금을 확보한 뒤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그의 다음 행보에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조정 초기 명성에 흠집이 날 수 있는 행보를 보여 추종자들을 살짝 실망시키기도 했지요. 델타항공에 대한 손절매 때문입니다.

미국 4대 항공사 주식을 모두 보유한 벅셔해서웨이는 1분기에만 항공주에서 50억달러(약 6조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엇보다 버핏 회장은 지난 2월 인터뷰에서 “당분간 팔 계획이 없다”고 밝힌 델타항공 주식 3억1420만달러(약 3830억원)어치를 3주 만인 지난달 초 처분했습니다.

‘저평가된 주식을 장기 보유해 제 값에 판다’는 가치투자 원칙을 스스로 깨버린 것이어서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조정 초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예측한 것도 이후 조정폭과 속도를 감안할 때 정확한 전망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버핏 회장이 시장에 대해 언급한 최근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의 오랜 동업자인 찰리 멍거 부회장의 지난 17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시각을 짐작해볼 수는 있습니다.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은 아직까지 시장에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멍거 부회장은 “우리는 사상 최악의 태풍을 뚫고 나가는 배의 선장 같다”며 “워런은 순자산의 90%를 벅셔해서웨이에 투자한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③ 워스트

가장 크게 체면을 구긴 사람으로는 ‘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가 꼽힙니다. 그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직전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낸 것을 계기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 운용사(총자산 1600억달러‧약 195조원)로 키웠지요.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연 초부터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바람에 대표 펀드들이 1분기에만 20%가량 손실을 봐 투자자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대규모 자금 유출로 고전 중입니다. 그는 지난 3월16일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방심했다. 우리는 모든 리스크를 줄여야했다”고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달리오 창립자가 최근 주식시장에 대해 언급한 적은 많지 않습니다. 주로 ‘코로나 이후’ 정치‧경제적 변화 흐름 등 평소 자신이 관심 있었던 주제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 편이지요.

다만 지난 15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채권 투자에 대해서는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국채를 들고 있는 것은 미친 짓이고,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더 미친 짓”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금리를 전혀 못 받거나, 마이너스 금리를 받을 수도 있는 채권을 대체 왜 들고 있느냐”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는 코로나19 쇼크에도 “(투자자들에게 있어) 현금은 쓰레기”라는 평소 지론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말들을 종합해보면 ‘큰 폭의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너무 낮춰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④ 그밖에 참고할만한 시각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메모’로 유명합니다. 미국 월스트리트 종사자들의 ‘필독서’로 꼽히며 버핏 회장이 “이메일 수신함에서 마크스의 메모를 발견하면 가장 먼저 열어본다. 그때마다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마크스 회장은 올 들어 여섯 개의 메모를 썼습니다. 작년 한 해에 다섯 개를 썼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다작(多作)입니다.

평상시 그의 메모에는 직접 투자방향을 알려주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내용도 신중, 또 신중해 ‘개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답답한 느낌마저 받게 됩니다. 그랬던 그가 지난 6일 보낸 메모에서는 이례적으로 명확한 투자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마크스 회장은 “지나치게 방어적인 자세를 줄이고, 공격 쪽으로 나아가야할 때”라며 “시장이 바닥을 찍은 것은 아니지만, 매도세가 확실히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역시 현명하지 못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